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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뉴욕] 양지로 나온 동성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요즘 미국 동성연애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고무돼 있다. 자신들의 법적 지위가 크게 향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법적 지위 부여는 미국사회가 울며 겨자먹기로 이들을 정상적인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음을 의미한다.

지난해 연말 뉴햄프셔주는 동성애 부부도 남편을 따라 부인(□)이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법을 만들었다. 미국에서 동성애자들을 법적으로 인정한 첫 사례다.

결혼전문 변호사들이 동성애자들의 합법적인 결혼 성사를 위해 뉴햄프셔주로 몰려드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연방의회 차원에선 타국적의 배우자를 둔 동성애자들에게 상대방을 초청할 수 있게 하는 법 개정이 추진 중이다. 법안을 상정한 제럴드 내들러 하원의원은 "미국의 동성애자 가운데 5천명 이상이 외국 국적의 배우자를 두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며 "정상적인 남녀 커플이 누리는 권리를 이들에게도 줄 수밖에 없다" 고 말한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요즘 미국 사회에선 동성애자들이 점점 과감해지고 있다. 남자가 귀고리를 착용하면 동성애자란 인식은 이미 옛말이다.

게이(남자 동성애자)들끼리 식별이 가능한 게이 전용 '게이더(gaydar)' 도 출현했다. 게이와 레이더의 합성어인 게이더를 차고 있으면 1백m 이내에서 게이더를 찬 사람이 있을 경우 신호음이 울려 상대편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팔뚝에 '나는 게이' 라고 문신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미국내의 이런 변화는 동성애자들을 차라리 공개적인 장소로 끌어냄으로써 새로운 해결책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나는 특별한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모든 사람이 누리는 권리를 있는 그대로 누리게 해달라는 것 뿐이다" 는 동성애 커플들의 주장을 인권의 측면에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정면돌파가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이제 인류는 인공수정, 복제생명체 탄생 등 과학적 진보로 인한 가치관의 혼란은 논외로 치더라도 인간관계에서도 쉽게 감당할 수 없는 새로운 실험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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