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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칼럼] 핵심은 북한의 경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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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북핵 협상이 조만간 재개될 전망이지만 불행히도 타결은 요원해 보인다. 그랜드 바긴(일괄 타결)도 아직은 말에 그치고 있다. 북한과 미국·한국·일본 사이에는 신뢰가 없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포함한 협상 당사국 지도자들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국내 정치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나서지는 않고 있다. 그 결과 대화 재개와 핵 재처리 동결, 그리고 미사일과 핵 실험의 중단 정도가 현실성 있는 목표가 되고 있다.

협상의 빠른 진행을 위해서는 북한과 북한의 지도자들을 고려한 장기적 전략이 필요하다. 미국과 다른 나라들은 북한 정권이 글로벌 경제와의 통합과 경제 개혁을 통해 발전을 이루도록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경제적 개입은 고통받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혜택을 준다. 1990년대 후반 중국과 베트남이 급속히 경제 성장을 이룰 때 북한은 최악의 기근을 경험했다. 북한 주민들은 계획 경제와 배급 체계가 해결해 주지 못하는 부분들 때문에 음성적 시장 경제를 원하고 있다. 국경지대에서의 중국과의 교역은 이러한 부분들을 해소해 주고 있다.

미국과 동맹들은 북한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중국에 국경 지대에서의 교역을 막으라고 주문할 것이 아니라 북한이 지역 경제에 통합될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한다. 북한의 계좌들을 동결하고 관리들의 해외 여행을 막을 것이 아니라 젊은 관료들이 북한의 경제 변화를 이끌도록 유도해야 한다. 물론 경제적 개입이 당장 북핵 문제의 해결로 귀결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북한이 경제성장과 지역적 통합으로 향할 때만 완전하고 돌이킬 수 없는 한반도의 비핵화가 이뤄진다.

북한 정권은 비핵화가 안전과 번영을 보장한다는 명확한 증거가 있을 때만 핵을 포기할 것이다. 북한과 국제사회는 실질적 변화의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북·미 경제 대화나 미국의 대학이나 연구소가 북한과 접촉해 경제적 변화를 이끌도록 장려해야 한다. 북한이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에 참여하도록 허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최근 북한의 고위급 대표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북한의 지도자가 경제적 접근을 원하고 있다는 신호가 엿보였다. 북한은 해외의 투자를 원하고 있다. 북한 정권은 체제 보장과 관계 정상화에 필요한 정도 이상으로의 개방은 원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에는 경제적 변화가 체제의 안정을 이끈다는 중국의 교훈을 배우게 될 것이다.

우호적인 경제적 개입은 쉬운 일이 아니다. 미국에서 북한은 핵의 비확산 측면에서만 조명되고 있다. 미국의 새 행정부는 북한과의 협상에서 속을까 봐 경계하고 있다. 한국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세력은 햇볕정책에서의 후퇴를 원한다. 북한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을 꺼리는 분위기가 널리 퍼져 있기도 하다. 일본에서는 북핵에 대한 공포와 일본인 납치에 대한 분노 때문에 북한 문제에 관여하는 일의 정치적 부담이 크다. 중국은 북한에 대한 우호적 경제적 개입을 실행하고 있는 유일한 나라다.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들은 북한과의 관계를 끊으라고 압박하는 대신 북한을 고립에서 끌어내는 노력을 해야 한다.

존 들러리 아시아 소사이어티‘차이나 붐 프로젝트’ 책임자
정리=이상언 기자 ⓒ Project Synd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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