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아시스 4번째 음반]로큰놀 스타일에 테크노 조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1990년대 영국을 풍미한 브릿팝의 맹주 오아시스가 4번째 음반을 들고 컴백했다.

97년 3집 '비 히어 나우' 이래 3년만이다. 오아시스는 세계 팝시장에서 영국 가수들의 입지가 크게 좁아진 90년대에도 드물게 세계적 히트를 기록한 5인조 록밴드.

95년 2집 '와츠 더 스토리 모닝 글로리' 는 미국에서만 3백만장 판매되는 인기를 누렸다.

3집 '비 히어 나우' 는 수작과 범작이라는 상반된 평가를 받으며 기대만큼 인기를 모으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 나온 4집은 테크노등 다른 장르의 적절한 차용과 이 밴드 특유의 로큰롤 스타일이 어울려 호평을 받고있다. 이 음반은 한마디로 '테크노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된 21세기 비틀스' 같다. 샘플링이나 신디사이저등 기계음을 누빈 표면 아래 비틀스적인 로큰롤 그루브(흥)가 흘러 넘친다.

첫 싱글 커트곡 '고 렛 잇 아웃' 은 존 레넌풍의 보컬과 폴 매카트니풍의 베이스 연주가 특징이며 환각적인 분위기의 '후 필스 러브?' 는 비틀스의 사이키델릭 시절 대표곡 '루시 인 더 스카이 위드 다이아몬드' 와 비슷하다. 리더인 리엄 갤러거가 아들 제임스를 위해 작곡했다는 '리틀 제임스' 는 창작 동기부터 끝부분의 하모니까지 '헤이 주드' 를 연상시킨다.

이와 함께 오아시스는 다른 선배 뮤지션들의 스타일도 주저없이 차용했다. 레드 제플린 풍의 하드록 '가스 패닉' , 섹스 피스톨스 풍의 펑크넘버 '아이 캔 시 어 라이어' 등이 그것. 자신들이 브리티쉬 록의 정통 계보를 잇는 적자라고 선언하는 인상이다.

그것은 '스탠딩 온 더 쇼울더 오브 자이언츠(거인들의 어깨위에 서서)' 란 앨범 제목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21세기 록음악의 방향을 제시해야할 위치에 선 그들은 결국 비틀스나 레드 제플린같은 20세기 거인들의 어깨에 기대 지평선을 응시하는 음악으로 답을 내놓은 듯하다.

강찬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