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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가장 싼 때" 경매 몰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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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법원 경매시장에 아파트를 중심으로 '바닥권 물건 잡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말 이후 아파트 등 우량 물건의 입찰경쟁률이 최고 40대 1을 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7월까지만 해도 주택의 경우 대부분 10대 1을 넘지 않았다.

물론 모든 물건에 투자자가 몰리는 것은 아니다. 2~3회 유찰해 저가 매력이 있거나 개발 재료가 있는 물건에만 응찰자가 집중되는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디지털태인 이영진 부장은 "감정가보다 30~40% 떨어진 아파트를 발빠른 투자자들이 사고 있다"며 "추가 급락은 없을 것이라는 바닥권 심리가 조금씩 형성되고 있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 유찰 횟수 많은 집에 '사자' 몰려=지난 6일 서울 동부지방법원에 나온 서울 송파구 잠실동 S아파트 32평형에는 22명이 참여해 5억3725만원에 낙찰됐다. 최초 감정가가 6억5000만원이었으나 두 번 유찰돼 감정가가 4억1600만원까지 떨어진 물건이었다.

지난달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S아파트 31평형은 4억2411만원에 주인을 찾아갔는데, 무려 40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지지옥션 조성돈 차장은 "일반 아파트에 20~40명의 응찰자가 몰린 것은 오랜만이다. 아파트 입찰 문의도 늘었다"고 전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J아파트 65평형은 23대 1의 경쟁률을 보인 가운데 8억1880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최초 감정가(9억8000만원)에서 두 차례 유찰해 감정가가 6억2720만원으로 내리자 투자자가 몰려 낙찰가는 1차 유찰가(7억8400만원)보다 3480만원이나 높았다.

다세대주택도 값이 싸고 역세권이면 입찰자들이 몰리고 있다. 지난 2일 경매에 나온 서울 은평구 응암동 다세대주택 22평형은 18명이 달려들었다. 최초 감정가 1억1000만원에서 세 차례나 유찰해 최저가가 5632만원까지 떨어지자 응찰자가 몰린 것이다. 낙찰가는 최저가보다 2200만원이 많은 7837만원.

올해 경매시장을 주도했던 토지는 지난달부터 열기가 다소 식었다. 지난 7월까지만 해도 경쟁률이 20대 1을 넘는 땅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충청권 등 일부 지역을 빼고는 응찰자가 10명이 넘는 경우가 흔치 않다. 단기 급등으로 거품 우려가 제기된 데다, 규제 강화로 경계감이 높아진 까닭이다. '묻지마 입찰'이 많았던 경기도 수원지법 여주지원에서는 지난 6일 11건의 땅이 낙찰됐으나 물건마다 2~5명이 참여하는 데 그쳤다. 지난달 하순 경매에 나온 서울 강남구 자곡동 논 244평도 3명만이 응찰했다.

◆ 진짜 싼 지 살펴야=경매 전문가들은 감정가보다 많이 떨어졌다고 해서 시세보다 꼭 싼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집값이 더 떨어질 수 있으므로 주택시장의 가격 추이를 점검한 뒤 경매에 참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금 경매가 진행 중인 물건 가운데는 집값이 본격 하락하기 전에 감정가가 매겨진 경우가 많아 1~2회 유찰했더라도 시세보다 값이 별로 싸지 않을 수 있다.

실제 지난 7일 서울 남부지방법원에 나온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아파트 50평형은 43명이 치열한 경합을 벌인 끝에 6억9880만원에 낙찰했다. 이는 최초 감정가 6억5000만원보다 높은 가격이어서 경매로 구입하는 매력이 떨어진다.

법무법인 산하 강은현 실장은 "주택 경매가 저점을 확인했다는 판단은 성급하다"며 "매물이 많은 곳은 집값이 더 내릴 수도 있으므로 여유를 갖고 경매에 참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아파트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이 80%를 넘지 않아야 일반 거래시장에서 구입하는 것보다 투자가치가 있다고 덧붙였다.

성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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