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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신생 파워, 몇십 년 뒤에도 美 추월 힘들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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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후진타오 국가주석(오른쪽)이 17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오바마 대통령에게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베이징 AP=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 일정(15~18일) 가운데 잘 알려지지 않은 스토리가 있다. 오바마는 중국 관영매체인 신화통신과 CC-TV의 인터뷰 요청을 사양하는 대신 남방주말(南方周末)이라는 주간신문에 단독 인터뷰 기회를 줬다. 남방주말은 부패와 사회 비리를 추적하는 비판적인 매체다.

하지만 중국인은 이 신문에서 인터뷰 전문을 읽을 수 없었다. 중국 당국의 검열로 일부가 잘려나간 것이다. 잘려나간 내용이 무엇인지, 어느 대목이 중국 정부의 심기를 건드렸는지 여러 추측이 나돈다.

오바마는 베이징에 오기 전 도쿄·상하이에서 “미국은 발전하는 중국을 봉쇄하지 않겠다”고 거듭 천명했다. 지금까지 중국의 내외신 기자들이 추측하는 것은 이 대목과의 연관성이다. 가장 유력해 보이는 설(說)은 다음과 같다. 남방주말이 인터뷰에서 오바마에게 ‘봉쇄’ 부분에 대한 추가 설명을 요청했는데, 오바마는 ‘(봉쇄 가능성에 대한) 변수는 양국 사이에 자칫 있을 수 있는 오해와 판단착오’라고 했다는 것이다. 양국 관계가 삐걱댈 수 있다는 ‘부정’의 여운을 남겨 중국 정부가 도려냈다는 얘기다. 그래서일까. 중국의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중·미 관계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G2(미국+중국)시대’라는 단어에는 신중했다. 다음은 주펑(朱峰) 베이징대학 교수, 류장융(劉江永) 칭화대 교수(국제문제연구소), 추이지잉(崔志<9E70>) 퉁지(同濟)대학 교수(아태연구소), 셰타오(謝<97EC>) 베이징외국어대 교수(미국연구소)의 발언을 좌담 형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오바마 방문 이후 중국의 미국에 대한 핵심 전략은 무엇인가.
▶류장융=중국은 미국과 최대한의 공통이익을 추구하면서, 최대한 협력하려 할 것이다. 세계 분쟁을 줄이고, 평화로운 세계를 만드는 데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옛말에 ‘천하에 두 개의 주인이 있을 수 없다’는 말이 있다.
▶류장융=세계가 바뀌고 있다. 갈수록 작아진다. 한두 나라가 세계를 주재(主宰)하는 게 아니라 여러 국가가 함께 발전해 나가야 한다는 게 중국의 입장이다. ‘세계는 이제 미국과 중국의 손에 달려 있다’ 혹은 ‘세계는 미·중이 어떻게 협력하느냐에 달려 있다’ 혹은 ‘두 강대국이 대결하는 판국’ 등의 전망이 있지만 세계 정세는 그렇게 전개되지 않을 것이다. 중·미 말고도, 유럽·러시아·일본 등 많은 국가가 있다. 미·중이 나머지 국가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완전하다고 보기 어렵다. 중·미 단 둘이 세계 패권을 다투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셰타오=기후온난화 문제에 이견이 있지만 비군사적인 문제다. 갈등의 주요소가 될 가능성은 작다. 인권 같은 민감한 문제를 협의하는 채널을 가동하겠지만 이 역시 쟁점이 되지 못할 것이다. 중국은 이런 이슈들을 조용히 처리하는 것을 선호한다. 사실 효과를 따지자면 ‘소프트’ 하게 다루는 것이 낫다. 빌 클린턴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공개적으로 중국 인권 문제를 공격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미국은 오히려 대중 영향력이 반감된다는 ‘학습효과’를 얻었을 것이다.

-중국이 커지면 미국의 위협이 된다고들 말한다.
▶추이지잉=중국은 내부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너무 많다. 미국의 위협이 될 수 없다. 중국을 진정으로 이해하면 ‘중국위협론’은 사라질 것이다. 중국은 미국과 전면적인 협력 관계를 맺기 원한다.

▶주펑=앞으로 중국이 겪을 가장 큰 위기는 외부적인 것이 아니라 빈부격차 해소 등 내부적인 문제다.

▶셰타오=중·미 무역마찰이 커지는 것은 피할 수 없다고들 한다. 대만 문제는 양국 모두 ‘현상유지’를 원할 것이다. 대만에서 급진파가 집권해 독립을 선언하지 않는 한 충돌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대량살상무기(WMD) 확산 문제는 다르다. 만약 이란·북한·파키스탄이 미국과 무력 충돌을 했을 때, 그리고 그들의 무기가 중국제라는 게 드러난다면 미·중 간에 심각한 충돌의 빌미가 될 수 있다.

-중국이 미국을 넘어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는 견해가 많은데.
▶류장융=경제적인 측면에서만 보자면,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다. 중국엔 13억, 미국엔 3억 명의 인구가 있다. 중국 경제는 매년 8% 이상 성장하고, 미국은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 2030년에는 중국의 경제규모가 미국과 비슷하거나 미국을 따라잡을 것이다. 하지만 군사력 차이는 크다. 중국은 과도한 비용을 군사력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2030년 중국이 경제·금융·군사력을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미국을 추월할 가능성은 크다고 보지 않는다.

▶주펑=20~30년 후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중국은 아직 국제적인 리더십 마인드가 부족하다. 첨단기술 보유도 미국이 훨씬 앞섰다. 단순히 국내총생산(GDP) 같은 양적 기준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미국은 ‘성숙한 파워(mature power)’고 중국은 ‘신생 파워(nascent power)’다. 몇 십 년 후에도 중국은 여전히 ‘초강대국(great power)’이 되기 위해 배우고 있을 것이다.

-오마바의 방중 이후 미 언론들은 위안화 평가절상, 인권 문제, 기후변화, 북한·이란 핵에 대해 중국으로부터 이렇다 할 양보를 얻어내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셰타오=솔직히 내용 면에선 새로운 게 없는 방문이었다. 오바마가 중국에 와서 한 유일한 일은 중국 지도자들을 기쁘게 한 것이었다. 중국은 자부심이 강한 나라다. 그는 그것을 다독여 주었다. 공동성명에서도 새로운 정책이나 기존 정책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 없었다. 마치 가족 모임인 것처럼 양측이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양국 사이에 문제가 많다는 사실은 모두 다 알고 있다. 미국의 어느 언론이 오바마의 방중을 ‘미국이 부채를 가장 많이 진 은행을 방문하는 것’으로 비유했다. 나는 그 표현이 맞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오바마의 언행에 제약이 있었을 것이다.

▶추이지잉=과거의 미국 대통령들은 대선 후보 시절 대중 강경책을 표방하다 취임 뒤 중국을 알아가면서 태도를 누그러뜨렸다. 오바마는 그 과정을 뛰어넘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진전이다. 미국은 또 기후변화, 테러리즘 등 글로벌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중국은 미국의 큰 시장이다. 미국이 잘되려면 중국이라는 시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미국도 중국의 발전을 돕고 서로 지지하는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

▶주펑=가시적인 성과는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중·미 관계를 ‘관리’하는 데 가장 필요한 ‘신뢰’를 쌓았다는 점에서 성공적이라고 본다. 이번 방문의 목적은 서로 간에 ‘느끼자(feel)’는 것이었다.

-오바마는 역대 대통령과 얼마나 다른가
▶셰타오=개인적인 차원에서 오바마는 백인 대통령들과 차이점이 많다. 하지만 정책적 관점에선 별 차이가 없다. 예를 들어 오바마는 부시 행정부의 대중 정책 중 하나인 ‘전략·경제 대화’를 그대로 이어받았다.

▶주펑=오바마는 앞날을 내다보는 안목 있는 지도자다. 그는 중·미가 협력을 통해 상생해야 한다는 큰 물줄기를 알고 있다. 부시 대통령도 대화·협력을 강조했지만, 오바마는 양국 관계가 평등하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공동 리더십을 제안하고 있다. 오바마는 젊고 에너지가 넘친다. 사려 깊다. 그래서 중국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있다.

베이징=써니 리 통신원 boston.sunny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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