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환전상 실태·수법] 韓·中 수백명 활동 범죄자금 '통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최근 발생한 중국 내 한국인 납치사건에서 조선족 납치범들이 몸값을 전달받는 과정에 어김없이 환전상이 개입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탈북자 조명철(趙明哲.41)씨 납치사건의 환전 과정에 관련된 장낙일(張樂逸)씨와 조선족 姜모씨 등을 상대로 이들의 정체와 환치기 수법 등을 집중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한.중 양국에서 활동 중인 환전상은 수백명선으로 추정된다" 면서 "이들이 환전거래 때 신분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납치범들의 몸값 입출금 통로가 되고 있다" 고 밝혔다.

◇ 실태〓환전상들은 중국 내 한국 유학생 등의 생활비 송금이나 신용장 개설이 어려운 영세 수출입업체의 대금 거래를 주로 담당한다.

최근에는 한국 내 조선족 불법체류자가 급격히 늘면서 이들의 수입을 중국 내 가족에게 보내는 일을 담당하기 위해 조선족 환전상들이 대거 입국했을 것이라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잇따른 납치사건에 연루된 조선족 朴모(32)씨는 1~2개월 단위로 한국을 방문, 전문 환전상으로 일해 왔다. 경찰의 계좌추적 결과 朴씨는 지난해 6월부터 이달 중순까지 7백60여명과 거래한 것으로 드러났다.

朴씨의 국내 계좌에는 몸값 외에도 국내 중소 무역업체들의 수출입 대금이 수시로 입출금된 것으로 밝혀졌다. 조선족 환전상들은 또 국내에 체류 중인 다른 조선족들의 명의로 된 통장을 수십개씩 확보해 이용하고 있다.

◇ 환치기 수법〓몸값 전달은 피해자의 송금 요청을 받은 국내 가족 등이 환전상의 국내 계좌에 돈을 넣으면 납치범들이 중국 내에서 해당액을 위안(元)화로 찾아가는 과정을 밟는다.

환전상은 통상 총 거래액의 1~3% 가량을 수수료로 챙긴다. 또 국내 수출업체로부터 물품을 구입한 중국 수입업체가 대금을 중국 내 환전상에게 위안화로 지급하면 입금 사실을 연락받은 국내 환전상이 해당액 만큼의 달러를 국내 업체에 지급하기도 한다.

무역업체 관계자는 "환치기는 과세를 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즉시 입출금이 가능해 편리하다" 고 말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 외환거래는 9천39억원으로 1998년에 비해 9배 가량 늘었다.

김성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