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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서 작품 직접 파는 ‘셀프 출판’ 쉬워질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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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미국의 공포소설 작가 스티븐 킹(62)은 최근 신작 『언더 더 돔』을 미국에서 발표하자마자 인터뷰 동영상을 찍었다. 독자들을 상대로 집필 동기와 과정 등을 들려주는 내용이었다. 독자 선물로 신작 소설의 표지그림도 준비했다. 포스터가 아니라 컴퓨터 월페이퍼(바탕화면)용으로 다운받을 수 있는 이미지 파일이다.

미국 대형출판사 사이먼앤슈스터의 홈페이지(www.simonandschuster.com)에는 스티븐 킹처럼 자신의 육성과 얼굴을 올린 작가가 1000여 명에 이른다. 사이먼앤슈스터는 작가 인터뷰 전용 스튜디오를 갖추고, 작가와 독자의 사이버 만남을 주선하고 있다. 종이를 넘어서 멀티미디어 출판을 겨냥하는 세계 출판계의 현주소다.

종이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작가가 직접 인터넷에 작품을 올려 판매하는 ‘셀프 출판’시대가 열리면 출판사는 어떻게 될까. 제4회 파주북시티국제출판포럼(19~20일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에서는 ‘책의 미래’를 가늠해보는 출판인들의 열기가 뜨거웠다. 주제는 ‘책의 진화와 디지털 출판의 미래’. 앤드루 앨버니스 미 ‘퍼블리셔스 위클리’ 기획기사 편집장은 “출판인은 이제 ‘서비스 제공업자’ 마인드로 일해야 한다”며 출판사 역할의 재정립을 주장했다. 또 캐롤린 리디 사이먼앤슈스터 CEO는 “책 만드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디지털 방식으로 생각해야 한다”며 “편집·제작·마케팅과 홍보·영업·유통망까지 속속들이 전환하라”고 권유했다.

◆디지털화한 책 2만 권=이날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사람은 리디 대표였다. 사이먼앤슈스터는 미국 출판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디지털화를 추진해온 출판그룹으로 꼽힌다. 올해 3/4분기 매출만 2억3000만 달러(한화 약 2700억원)에 이른다.

리디 대표는 이날 “가장 큰 관심을 보여온 주제가 바로 디지털 출판”이라며 “사이먼앤슈스터에서 전자책으로 만들어놓은 책만 2만권에 달한다”고 말했다. 현재 6000여 권을 아마존 등 온라인서점에서 판매하고 있고, 1만4000권은 출시 대기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회사 총 수익에서 전자책이 차지하는 규모는 4%에 그치지만 5년 내에 25%를 차지할 정도로 급속하게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디지털의 구전효과=리디 대표 전자책이 가져올 ‘그늘’도 지적했다. 무엇보다 책값 하락과 저작권 침해다. 하지만 마케팅 측면에선 무한한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1000여 편의 ‘작가 인터뷰 동영상’과 10대들의 커뮤니티 사이트 ‘펄스잇(PulseIt)’이다. “과거에는 독자들의 입소문에 의존해왔는데 디지털 구전효과가 더 빠르고 멀리 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는 작가가 글을 써 직접 온라인에 제공하는 ‘셀프 출판’이 쉬워질 것”이라며 “이런 상황일수록 출판사는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킨들’은 실패했다?=앨버니스 편집장은 세계 최대 인터넷서점인 아마존(amazon.com)이 보급해온 전자책 단말기 ‘킨들’이 실패했다고 단정해 눈길을 모았다. 그는 “킨들의 주 이용자는 40대 이상이며 젊은 독자는 휴대전화를 선호한다”며 “젊은 층을 끌어들이지 못한 것은 킨들의 실패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자책·휴대전화 같은 포맷보다 더 중요한 것은 콘텐트를 여러 각도에서 요리하는 편집자들의 새로운 역량”이라고 강조했다.

호시노 와타루 일본 문화통신 편집장은 “일본에선 휴대전화 만화를 판매하는 전자서점(CP=컨텐츠 프로바이더)이 수백 곳에 달하고 시장 규모가 지난해 229억엔이었다”고 소개했다.

이번 포럼의 집행위원장을 맡은 송영만 효형출판 대표는 “행사 이틀 동안 출판인은 물론 국내 콘텐트 진흥 관계자, IT업계 등 다양한 분야의 관계자 300명 여명이 참석할 만큼 관심이 컸다”며 “디지털로 대표되는 요즘 문화지형도에서 출판의 미래에 대한 기대와 불안이 그만큼 교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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