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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가 반한 책] 이승기 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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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선희 선생님께 노래를 배우기 시작할 때 학업 성적이 떨어지지 않기로 약속했다. 학교 수업에만 충실하면 내신 성적을 관리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동국대학교 사회과학부 수시 모집에 합격해 수능시험을 치르지 않게 됐다.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시작한, 글을 쓰고 책을 읽는 습관이 여러 모로 도움이 된 것 같다.

올 초 논술선생님이 권해준 『내 마음의 뜨락』(들녘미디어)을 추천하고 싶다. 옛 소련 그루지야 출신인 산문 작가 파길 이스칸데르가 지은 책이다. 한 인간이 살아가면서 내면적으로 성숙해가는 과정을 다룬 다섯 개의 단편이 실려 있다. ‘나라도 그럴 수 있겠다’라고 공감하며 깊이 빠져들었다. 한 종교적인 집안에서 일어난 에피소드를 그린 ‘금단의 열매’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종교적 계율을 어기고 돼지고기를 먹는 누나를 목격한 남동생이 결정적인 순간에 아버지에게 그 사실을 고자질한다. 그러나 아버지는 누나 대신 동생을 혼낸다. 상대방의 약점을 잡고 늘어지는 비열한 행위는 어떤 상황에서든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치사하고 얄밉게 구는 노인의 행동이 사실은 인간적인 모습이라는 걸 그려낸 ‘구부러진 팔’에서는 투박한 삶에 대한 감동을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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