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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만 공룡 수도권] 1.폭발하는 특별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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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인구의 절반이 몰려 사는 공룡 수도권 - . 돈을 쏟아부어 덩치만 커졌지 살기는 더 불편해지고 있다.

서울.경기는 탐욕스럽게 진행되는 마구잡이 개발로 도시기능이 뒤틀리고 있으며 인천은 개발의 소외감으로 활력 잃은 도시가 되고 있다.

중앙일보는 도시 전문가들과 함께 개발.교통.환경.문화 등에 걸친 수도권의 문제를 심층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시리즈를 시작한다.

지난달 27일 오전 3시48분 서울 봉천3동 재개발구역 철거사무실에 화염병이 날아들었다. 잠자던 인부 5명 중 1명이 중태에 빠졌다. 살의(殺意)마저 느껴지는 투척이었다.

재개발 갈등에 따른 사건인데 '서울 살이' 의 스트레스가 폭발 직전임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었다.

지난달 29일 서울 성북구 정릉4, 길음 1.3.4, 월곡.종암 재개발지구. 북한산 자락을 베어낸 자리에 20~22층짜리 아파트를 짓기 위한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 일대를 비롯해 성북구에서 1985년 이후 재개발을 위해 도시공원 20만5천여㎡가 해제됐다.

90년대 이후 80곳에서 진행 중인 재개발이 2005년께 완료되면 성북구 인구는 3만가구(9만명)가 늘어나 ㎢당 인구밀도는 서울 전체(1만7천32명)보다 높은 2만2천9백여명 수준으로 치솟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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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환경정책자문위가 '생태적으로 건강하고 삶의 질을 향유하기 위해 적절하다' 고 권고한 ㎢당 인구밀도(70~2백10명)보다 최고 3백27배나 높아진다. 현재 서울의 인구밀도는 이미 그 2백43배에 이른다.

◇ 2차 난개발〓수도권 과밀 억제 정책에도 불구하고 서울이 장기적인 밑그림 없이 또다시 '2차 난(亂)개발' 에 빠져들고 있다. 도로도 학교도 숲도 없는 삼무(三無)재개발에 서울이 신음하고 있다. 고비용.비효율.불안전의 공룡 수도다.

전체 면적(6백6㎢)의 82%를 차지하는 주거지역에서 난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 난개발 부르는 시책〓국토연구원 박헌주(朴憲注)토지연구실장은 "6공화국의 주택 2백만호 건설 추진 이후 서울에서 난개발이 확산됐다" 고 분석했다. 90년 4월 건축법상 일반주거지역의 용적률을 3백%에서 4백%로 높여주었고 건폐율도 30%에서 60%로 2배나 올려주는 바람에 고층고밀 개발의 물꼬가 터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 성북.성동.강북구 등에서 90년대 초부터 수십곳의 구릉지가 재개발된 데는 용적률 완화가 결정적인 작용을 했다.

국제통화기금(IMF)사태 이후 옥석을 못가린 규제완화도 사태를 악화시켰다. 건교부는 지난해 ▶재건축조합 설립요건 완화(20가구 이상 규정 폐지)▶1백가구 이상이나 10층 이상 주택건설 때 사전심의제도 폐지 등의 조치를 했다.

95년 민선 자치단체장이 들어선 뒤 '선심행정' 으로 일반주거지역(용적률 4백%) 23만5천평이 일반상업지역(용적률 1천%)으로 전환된 것도 고밀도 개발을 불러왔다.

또 건축 대지면적 5만㎡ 이상일 때만 교통영향평가를 받도록 하자 업자들이 사업지구를 쪼개, 서울 재개발구역 2백49곳 중 교통영향평가를 받은 곳은 미아 1-1구역 단 한 곳뿐이다.

경원대 최병선(崔秉瑄)교수는 "우리는 국토의 41.5%가 사적인 개발이 허용되고 있다" 며 "국토가 좁은 나라에서 우리처럼 폭넓게 건축의 자유를 인정하는 나라는 드물다" 고 개탄했다.

◇ 고비용 도시〓국토연구원의 '토지용도별 가격지수(97년)' 에 따르면 서울 공업지역이 1천50으로 전국 평균(1백)의 10배를 웃돌았으며 주거지역은 7.5배, 상업지역은 2배를 넘었다.

외국 대도시 단독주택지의 단위면적당 가격을 비교하면 서울을 1백으로 삼았을 때 ▶뉴욕 7.9▶LA 13.3▶파리 21.2▶런던 26.6으로 서울의 토지가격이 매우 높았다.

교통개발연구원에 따르면 서울의 교통혼잡 비용은 98년 3조8백억원으로 부산(1조6천억원)의 2배 가까이 됐다.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비용(98년)도 서울에서 1조4천억원이 발생, 경기도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장세정 기자, 음성직 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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