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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꿔! 휴대폰 문화] 3. 음란·협박 등 메시지 공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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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K대 신학과에 다니는 李지연(23.가명)씨는 휴대폰 벨 소리만 들으면 식은 땀이 난다. 지난달 16일부터 25일까지 하루에 30여통 이상의 '스토킹' 전화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왜 만나주지 않느냐" "안 만나주면 다리 한쪽을 ×××겠다" 는 상대방의 거친 숨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 전화를 끊어 버리곤 했다. 휴대폰을 꺼 놓아도 다시 켜면 문자.음성 메시지가 남아있기 때문에 피할 수가 없었다.

결국 李씨는 25일 경찰에 이 사실을 알리고 보호를 요청했다. 경찰 수사로 26일 잡힌 범인은 지난해 10월 PC통신 채팅으로 알게 된 徐모(21)씨였다. 만나자는 徐씨의 요청을 거절하자 이런 식으로 보복했던 것이다.

李씨의 어머니(47)는 "스토킹 전화에 시달린 이후 대범하고 밝게 지내던 딸이 최근에는 사람 만나기를 싫어한다" 고 걱정했다.

인기 여자탤런트 C씨도 지난달 말 오전 10시46분부터 48분까지 2분간 무려 13개의 휴대폰 협박 메시지에 시달렸다.

"양심도 없는 ×" , "밤길 조심해라" 는 등의 문자메시지가 연속으로 휴대폰에 찍혔다. 3일 동안 고생하던 C씨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아직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두 여성의 사례는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경우가 됐다. 음란.모욕.협박 등이 휴대폰 문화를 어지럽히고 있다.

지난해 한국성폭력상담소에 들어온 음란전화 신고상담 건수는 64건. 상담소측은 "이중 휴대폰으로 걸려오는 음란 메시지 때문에 고생하는 사례가 많다" 고 말했다.

음란전화에 대응하기 위해 누가 전화를 걸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발신 추적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입자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5개 이동전화 가입자 중 발신번호 확인 서비스를 받은 건수는 1만3천6백여건. 지난해 같은 기간 4천4백여건에 비해 3배 가량 증가했다.

서울대 사회학과 임현진(林玄鎭)교수는 "휴대폰을 통한 사생활 침해 등을 규제할 법적 장치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고 말했다.

박현선.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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