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유럽 ‘아프간 추가 파병’ 움직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이 19일 취임식에 앞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그는 취임 연설에서 “3년 내에 자체적으로 안보를 책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취임식에는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 등 300여 명의 외교사절이 참석했다. [카불 AP=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파병국들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테러와의 전쟁을 위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을 비롯, 현지에 병력을 파견한 국가들은 올해 탈레반의 격렬한 저항으로 자국 군대의 희생이 크게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파병국에서는 철군 검토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으나 한편에서는 탈레반 근절을 위해 추가 파병을 결정하는 나라들이 적잖다. 이런 가운데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 사무총장은 동맹국들에 더 많은 병력을 파병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BBC가 17일 보도했다.

◆독일 “주둔 연장하고 증파”=미국·영국에 이어 아프간에 세 번째로 많은 병력을 보낸 독일 정부는 18일 자국 군대의 아프간 주둔 기한을 1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이 파병 연장안은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현재 집권 기민당(CDU)-기사당(CSU) 연합과 자민당(FDP)은 물론 야당인 사민당(SPD)과 녹색당 등 일부 좌파당을 뺀 거의 모든 원내 정당이 파병을 지지하고 있어 연장안은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독일의 아프간 주둔군은 그간 63명의 희생자를 냈다. 게다가 최근 아프간 민간인의 피해가 늘면서 갈수록 철군 쪽으로 여론이 기울고 있다. 그럼에도 칼-테오도르 추 구텐베르크 독일 국방장관은 지난주 전투병 120명을 북부 쿤두즈 지방에 추가로 파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아프간 주둔 독일군은 4365명이다.

◆영국도 “추가 파병 준비”=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16일 영국군 철수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영국도 당장 군대를 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브라운 총리의 발언 이후 데이비드 밀리밴드 영국 외무장관은 오히려 추가 파병 가능성을 언급했다. 밀리밴드 장관은 17일 에든버러에서 열린 나토 회원국 의원총회에서 “나토는 탈레반이 다시 득세할 가능성이 큰 이 지역을 공백으로 둘 수는 없다”며 “영국은 좋은 상황에서 합의된 전략의 토대 위에서 좀 더 많은 군대를 보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BBC는 미국이 아닌 다른 나토 동맹국들이 5000명을 추가로 파병하면 영국도 500명을 더 보낼 계획이라고 17일 전했다. 영국은 현재 아프간에 9000명을 파병 중이다.

◆스페인·폴란드·슬로바키아, “추가 파병”=스페인·폴란드·슬로바키아는 추가 파병에 응한다는 입장이다.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는 17일 브라운 영국 총리와의 공동 성명에서 250명의 병력을 더 보내겠다고 밝혔다. 슬로바키아군은 현재 246명이 주둔하고 있다. 2025명을 파병해 놓은 폴란드도 추가파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DPA통신은 지난달 23일 “폴란드가 2010년 아프가니스탄에 600명을 추가 파병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스페인은 9월 220명 추가 파병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한편 철군 의사를 보였던 호주는 미국과의 협의 후 입장을 바꿔 계속 아프간에 주둔하기로 했다.

박경덕·이승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