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쓰레기더미서 1700억 ‘심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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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대구시 달성군 대구위생매립장에서 대구에너지환경 직원들이 난방용으로 판매할 메탄가스를 모으는 포집공을 점검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21년간 1700억원. 대구시 달성군 다사읍 방천리 대구위생매립장(쓰레기매립장)이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수입이다. 매립장에서 쓰레기가 분해될 때 나오는 메탄가스가 수입원이다. 메탄가스는 그동안 대기 중에 그대로 방출돼 악취와 오염을 유발해 왔다.

대구시 서정길 자원순환과장은 19일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이 대구쓰레기매립장의 온실가스 감축량을 22만5919 CO₂ t으로 인정하면서 감축량만큼의 CO₂ 배출권을 대구시가 확보했다”고 밝혔다. 시는 배출권 거래제에 따라 이를 연말까지 국제시장에 판매할 예정이다. 감축량은 2007년 8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 7개월간 메탄가스를 재활용한 실적이다. 현재 유럽의 거래 시세인 1CO₂ t당 13유로로 계산(1유로를 1700원으로 계산할 경우)하면 50억원에 이른다.

기업체나 풍력·조력발전소가 아닌 쓰레기매립장에서 CO₂ 배출권을 확보한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서 과장은 “UNFCCC 등록기간인 21년간(7년씩 세 차례) CO₂ 배출권을 팔 경우 모두 1700억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며 “수수료 등 각종 비용을 제외해도 순수익이 12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자원의 보고’ 된 쓰레기매립장=18일 오후 대구쓰레기매립장. 105만3700㎡(31만8700여 평)의 광활한 땅이 사막처럼 펼쳐져 있다. 매립장의 남쪽에는 트럭이 쉴 새 없이 드나들었다. 4m 높이로 쌓인 쓰레기 더미에 50㎝ 두께의 흙을 덮는 작업이다. 악취가 나고 파리 등 해충이 끓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매립장 사이로 지름 80㎝의 강관이 3~5m의 높이로 솟아 있다. 메탄가스를 뽑아내는 포집공이다. 가스는 지하의 가스관을 통해 600여m 떨어진 대구에너지환경㈜의 정제시설로 모인다. 수분·먼지·이산화황 등 불순물을 걸러내는 과정을 거쳐 한국지역난방공사 대구지사에 판매된다. 메탄가스는 지름 40㎝·길이 7.9㎞의 관을 통해 운반되며 보일러 연료로 사용된다.

대구에너지환경은 자원을 재활용하면서 매립장의 악취를 막고 CO₂ 배출권도 확보하겠다는 대구시의 구상에 따라 만들어졌다. UNFCCC의 청정개발체제(CDM) 등록도 추진했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시설이란 점을 인정받겠다는 것이었다. 이후 UNFCCC 평가위원들의 현장 조사를 거쳐 2007년 8월 CDM 사업으로 등록됐다. 지난달 말 현재 우리나라의 UNFCCC 등록 CDM 사업은 34건이며, 온실가스 감축량 검증을 거쳐 배출권을 확보한 사례는 9건이다.

대구에너지환경은 지난해 정제한 메탄가스를 팔아 매출 63억2000만원, 당기순이익 23억3100만원을 기록했다. 대구에너지환경 현금석(52) 운영팀장은 “양질의 메탄가스가 많아 경제성이 충분하다”고 말한다.

대구시도 부수입을 올리고 있다. 올해 5월 대구에너지환경에서 1년간 메탄가스 사용료로 5억5200만원을 받았다.

대구=홍권삼 기자,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CO₂배출권 거래제=온실가스 감축의무가 있는 국가(기업) 간 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한 제도. 감축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국가가 이를 초과 이행한 국가에서 배출권을 사도록 함으로써 전체 배출량을 줄이려는 것이다. 기후변화협약인 교토의정서 제17조에 규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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