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시조 백일장 2월] 심사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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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삶을 표현하는 방식에는 여러가지가 있다.문학은 그 중에서도 언어를 매개로 한다.그런만큼 생각의 뼈대에 적절한 언어의 살을 입혀 생명력을 얻게 하기까지는 오랜 숙련의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안된다.

시조는 특히 일정한 틀-초장(3·4·3·4),중장(3·4·3·4),종장(3·5·4·3)-이 있어서 언뜻 자유로움을 제한하는 듯이 보인다.그렇지만 정형안에서 누릴 수 있는 자유는 흡사 법을 준수하면서 삶의 자유와 진실성을 마음껏 추구할 수 있는 것과 같이 매력적이다.

이 달에도 자신의 진솔한 삶의 모습을 시조 3장의 그릇안에 진지하게 담으려고 애쓴 작품들을 선보인다.

먼저 장원으로 봅힌 조달옥씨의‘떡살’은 주제를 담아내는 가락에 탄력이 실려 있어 눈길을 끈다.전통적인 소재를 삶의 애환과 접맥시켜 신선한 이미지를 엮어낸 점이 돋보인다.다만 둘째 수에서 다소 안이한 부분이 있어 약간 손을 보았다.주의 깊게 살펴보기 바란다.

차상에 오른 김순실씨는 적잖은 분량의 작품을 보내왔는데 그 중에서‘창너머 남쪽’을 가렸다.큰 욕심을 부리고 있지는 않지만 생활속에서 오고가는 생각들을 다듬어 우리 가락에 싣는 솜씨는 적잖은 공정을 쌓은 듯하다.

조순옥씨의‘홍시’를 차하로 뽑는다.한편의 단아한 동시조로서 품격을 잘 갖추고 있다.이밖에도 문무열·박철순·안경수·강효백(중국동포)·윤재훈씨 등의 작품이 논의의 대상이 되었다.

특히 중학3년생인 심영화양의 작품‘석탑’은 입선권에 넣어도 전혀 손색이 없을만큼 깔끔함을 보였다.다음 작품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유재영·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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