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학생 선발권 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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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학년도 새 대입제도와 관련해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서울시내 9개 입학처장들은 10일 대학이 학생 선발권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새 제도는 수능의 비중을 크게 줄이고 내신 위주로 학생을 선발하는 게 골자다.

이용구 중앙대 입학처장은 이날 서울의 한 호텔에서 모임을 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각 대학 입학처장들은 대학이 학생 선발에 대한 자율권을 가져야 하고 고교 교육이 정상화돼야 한다는 두 가지 원칙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백윤수 서울지역 대학입학처장협의회 회장(연세대 입학관리처장)도 이날 오후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어 "교육정책의 범위 안에서 학생들을 선발하는데 대학에 좀더 많은 자율성이 주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는 현행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금지된 고교등급제와 논술고사를 제외한 필답고사(본고사), 기여입학제 등 이른바 3불(不) 정책을 완화해 달라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중앙대 이 처장은 "교육인적자원부의 최종안이 나오기 전인 9월 말까지 입학처장들의 입장을 정리해 교육부에 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학 총장들의 모임인 대학교육협의회도 11일 오전 입학처장.학부모.교사 등 30여명으로 구성된 대입제도연구위원회를 열어 새 대입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키로 했다.

하현옥 기자

*** 고교 간 학력차 뚜렷 등급제 논란 가열

교육평가원 '학업 성취도 평가' 공개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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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간 학력 격차를 잘 보여주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2001년 초.중.고교생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가 공개됨에 따라 '고교등급제' 논란이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일부 대학은 고교 간 학력 차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만큼 이를 반영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학생을 뽑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서울대.연세대.성균관대 등 서울지역 9개 대학 입학처장들은 10일 모임을 열고 고교등급제 문제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평준화 지역 내에서도 고교 간 학력차가 크게 벌어져 있는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평준화 보완 논쟁도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 학교 간 학력차 얼마나 심한가=평준화 지역 고교만(72개)을 대상으로 한 평가의 경우 상위 10% 학생 비율이 전체의 10%도 안 되는 학교가 절반 이상(54.2%)인 39개교였다. 한명도 없는 학교가 6개나 됐으며, 상위 학생이 10~20%인 학교가 18개였고, 30% 이상인 학교도 3개나 됐다. 서울시내 28개교 중에서도 강남구의 한 학교는 평균점수가 70.7점인 반면 강북인 중구의 한 학교는 44.2점에 그치는 등 격차가 컸다.

그동안 고교 간 학력차에 대해 말은 많았지만 명문대 진학 학생 수 정도로만 간접 비교하는 게 고작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국가기관 평가에서 구체적인 '수치'로 밝혀진 셈이다.

다만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최석진 교육평가연구본부장은 "학업성취도 평가는 전국 단위 학력 도달 수준을 측정하기 위한 것으로 표집 대상도 전체 학생의 1%에 불과해 지역 간.학교 간 학력차를 분석하는 자료로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 "고교등급제 도입 필요"=대학들은 수능의 변별력이 떨어진 마당에 이 같은 고교 간 학력차를 전형에 반영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양대 최재훈 입학실장은 "차라리 교육과정평가원의 객관적인 자료로 고교 간 학력차를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게 나을지도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장정현 한영외고 교무부장은 "현재 상황에서 내신만으로 학생을 뽑으라고 하면 대학에서는 고교등급제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평준화 논란도 불거질 듯=30년 전에 도입된 평준화 제도의 취지는 '일류고'를 없애 고교 간 격차를 해소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평준화 지역 안에서도 고교 간 학력차가 큰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온 평준화 보완 요구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성균관대 현선해 교수는 "평준화 제도가 전반적인 학력 저하를 초래하는 데다 어차피 학교 간 학력차를 해소하지 못한다면 학생.학부모에게 부분적으로 학교 선택권을 인정하는 등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남중.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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