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수강료 신용카드 안받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초등학생 남매를 둔 주부 李모(40.대구 북구 읍내동)씨는 최근 학원에서 실랑이를 벌였다.

아이들의 독해력을 길러주기 위해 속독학원에 등록하러 갔는데 학원 수강료가 한명에 12만원씩 모두 24만원이었다. 현금을 준비하지 않은 李씨는 카드로 결제하려 했으나 학원측이 현금을 요구하는 바람에 실랑이를 벌였던 것.

李씨는 "1만원 미만도 가능한데 24만원을 카드결제 해주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 고 따졌다. 학원의 신용카드 결제 기피로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소득공제, 영수증 복권추첨 등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 신용카드 사용이 크게 늘고 있지만 상당수 학원들이 카드 결제를 꺼리기 때문.

가계지출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자녀 등의 학원 수강료를 카드로 내지 못해 소득공제 등에서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주부 朴모(43.수성구 지산동)씨는 중.고교생인 두자녀의 학원비로 매달 30만원을 지출한다. 1년이면 3백60만원이고 소득공제 기준인 연간 봉급액 10%에 육박하는 액수다.

남편과 朴씨가 연간 4백만원 정도 를 신용카드로 쓰기 때문에 학원비만 카드로 결제하면 4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연간 총급여액의 10%를 초과한 사용분에서 10%(최고 1백만원)가 소득공제된다.

朴씨는 "최대한 카드를 쓰고 있는데 적지 않은 금액을 현금으로 쓴다는 게 아깝다" 고 말했다.

카드 사용 기준이 들쭉날쭉인 것도 문제다. 지난해 자동차운전면허증을 취득한 주부 金모(38.달서구 송현동)씨는 최근 A자동차학원에서 연수비 17만원을 카드로 내려했다.

접수창구에는 '카드사용' 안내문이 붙어 있었지만 직원은 현금을 요구했다. 신규등록은 30만원이 넘어 카드를 받지만 연수는 금액이 적어 현금만 받는다는 답이었다.

대구지방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으로 대구.경북지역 학원 8천6백여곳 가운데 카드 가맹점은 10%에도 미치지 않는 7백50여곳. 이는 학원들이 부담하는 높은 카드 수수료 때문.

서비스업종으로 분류되는 학원의 카드수수료는 음식점(3%선)보다 높은 3.9% 정도다.

대구 수성구 J입시학원 관계자는 "국어 등 과목당 한달 수강료가 5만원인데 카드로 결제할 경우 수수료가 2천원으로 수수료가 적지 않은 부담" 이라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