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성폭력 가해자가족에 신원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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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경찰이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신원 보호규정을 무시하고 인적사항을 피의자 가족에게 공개해 말썽이 일고 있다.

전남 화순경찰서는 지난 18일 가정주부 등 부녀자에게 상습적으로 음란 전화를 한 혐의(성폭력범죄 처벌과 피해자 보호에 관한 법률위반)로 택시운전사 金모(26)씨를 구속했다.

金씨는 지난달 7일부터 휴대폰으로 李모(35)씨 등 화순 읍내에 사는 부녀자 8명에게 10여차례에 걸쳐 음란 전화를 걸어 성희롱을 일삼다 경찰의 발신지 추적으로 범행이 들통나 구속됐다.

경찰은 金씨를 구속한 뒤 구속 사유 및 범죄 사실이 기재된 구속 통지서를 金씨 가족에게 발송했다.

그러나 이 통지서에는 피해자들의 이름.주소.전화번호 등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어 金씨 가족들이 피해자들에게 합의를 종용하는 등 또다른 피해가 잇따랐다는 것이다.

피해자 李씨는 "경찰이 피해자 인적 사항을 어떻게 피의자 가족에게 알려줄 수 있느냐" 며 "인적사항 공개에 따른 사생활 침해는 그렇다 하더라도 범인이 출소한 뒤 보복할까 두렵다" 고 말했다.

성폭력범죄 처벌과 피해자 보호에 관합 법률(제21조)에는 '수사 공무원은 성폭력 피해자의 주소와 성명 등 인적사항을 공개해선 안된다' 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전남지방경찰청은 24일 화순경찰서 담당 경찰관들을 상대로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공개한 경위 등에 대해 조사 중이다.

광주〓구두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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