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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열대병 쓰쓰가무시·털진드기, 강원도 문턱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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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기온 상승으로 모기가 급증하자 6월 초 부산의 한 보건소가 아파트 단지를 돌며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 모기가 옮기는 전염병인 말라리아가 사라졌다가 1990년대 초 다시 나타나더니 2000년대 들어 크게 늘고 있다. [중앙포토]

1994~2003년 전국에서 폭염으로 2127명이 숨졌다. 서울의 경우 하루 평균 기온이 28.1도를 넘은 날이 많았고 1도가 올라갈 때마다 평소보다 9.6% 더 숨졌다. 30.1도로 올라간 날도 있는데 그때는 20%가 더 사망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호 교수팀 분석 결과다. 김 교수는 “앞으로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사망자가 급격히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구온난화로 전염병만 늘어나는 게 아닌 것이다. 서울대 김 교수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대기가 오염되면서 급성천식·호흡기질환·심혈관질환 환자나 이로 인한 사망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기온 상승의 영향을 받는 다른 질환이 식중독이다. 2002년 2939명에서 지난해 7487명으로 늘었다. 특히 기온이 올라가면 활동이 강해지는 장염비브리오균에 의한 식중독 환자는 같은 기간 188명에서 329명으로 증가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 황성휘 식중독예방관리과장은 “한반도가 아열대로 변하면서 살모넬라나 장염비브리오균 등의 미생물 증식이 빨라지고 여름철 음식이 빨리 부패하면서 식중독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비브리오균 증식 환경이 좋아져 비브리오 패혈증 환자도 증가한다. 2001년 41명에서 2006년 88명, 지난해 49명이 발생했다. 국립수산과학원 손광태 연구관은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서 첫 발생 시기가 5, 6월에서 4, 5월로 한두 달 정도 앞당겨지고 11월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아주대 예방의학교실 장재연 교수팀이 강수량·최고 기온·습도와 질병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쓰쓰가무시증·말라리아·신증후군출혈열·렙토스피라증·세균성이질·비브리오패혈증이 지구온난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장 교수팀은 대부분의 질병 발생 시기가 늦춰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병원 조수남 연구원은 “쓰쓰가무시증은 2001~2005년 10월에 정점에 이른 뒤 11월에는 뚝 떨어졌으나 2006~2007년에는 11월에도 환자가 10월만큼 발생했다”고 말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2001~2005년 11월 평균 기온은 7.86도, 2006~2007년은 8.15도였다.

경북 봉화군 다산면 박정일(40·테니스 코치)씨는 이달 초 쓰쓰가무시증에 걸렸다. 박씨는 “잔디구장에 한 번 간 것밖에 없는데 이런 병에 걸려 황당하다”며 “이달 기온이 높아지면서 걸린 것 같다”고 말했다. 고령군 고령백의원 백두현 원장은 “털진드기는 추워지면 죽기 때문에 날씨가 따뜻한 해에는 늦가을까지 활동하고 환자가 크게 증가한다”며 “15년 전보다 환자가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1997년 털진드기는 연평균 10도 경계선(익산~김천~경주~영덕) 아래 지역에서 서식했으나 지난해에는 경기도 남부와 강원도 접경까지 북상했다. 박미연 인수공통감염과장은 “쓰쓰가무시증이 경기도에 지속적으로 늘고 있고 강원도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말라리아는 중국얼룩날개모기가 옮기는 병이다. 16도 이상에서 활동한다. 강북삼성병원 염준섭(감염내과) 교수는 “말라리아는 7, 8월 정점에 이르렀다가 9월에는 주는데, 요즘에는 10월 초까지 모기가 활동하면서 9, 10월에도 환자가 꽤 많이 생긴다”고 말했다. 연세대 보건대학원 김창수 교수는 “말라리아가 토착화되고 환자 수가 많아지는 것은 지구온난화와 관계가 있다”며 “봄과 가을이 짧아지고 여름이 길어지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신성식·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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