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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구조 변경 가능한 아파트 들어선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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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서울 마포구의 전용면적 60㎡ 아파트에 사는 주부 최명자(64)씨는 최근 집 때문에 고민이 생겼다. 지은 지 10년 된, 방 3개와 거실로 된 아파트의 방 숫자를 줄이는 대신 거실을 넓히고 싶었다. 자녀를 모두 출가시킨 부부만 살기에는 방이 많고 거실이 비좁게 느껴졌다.

하지만 아파트의 벽은 안전상 허물 수 없어 최씨가 원하는 식의 구조 변경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그는 “다른 아파트로 이사할 형편도 아니다”며 “생활 패턴이나 상황 변화에 따라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아파트가 지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내년부터는 서울 시내에 구조 변경이 쉬운 아파트가 들어선다. 방 개수를 조정하는 것은 물론 옆 집과 합치는 것도 가능해진다. 서울시는 18일 이 같은 내용의 ‘지속 가능형 공동주택’ 제도를 내년에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 아파트는 건축물의 골격은 유지하면서 벽이나 설비는 가구별로 내·외부를 쉽게 바꿀 수 있는 가변형 구조로, 라멘(Rahmen)식 주택으로 불린다. 가변형 구조가 적용되면 1·2인 가구나 노령가구의 특성에 맞게 꾸밀 수 있다. 아파트 간 벽을 허물어 2가구를 1가구로, 또는 3가구를 2가루로 합치는 것도 가능하다. 수도 배관 등 각종 설비가 벽 속에 들어 있어 보수가 어려운 종전 주택과 달리 보수나 교체가 편하도록 설치한다. 내부 구조 변경은 집주인이 마음먹으면 언제든지 할 수 있고, 세대 통합은 주변 세대의 동의를 얻으면 가능하다.

서울시는 우선 SH공사가 짓는 아파트와 재개발 임대아파트 등 공공부문에 이 구조의 적용을 의무화할 계획이다. 민간부문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현재 20%까지 운용하는 시의 용적률 인센티브 항목에 ‘가변형 구조’ 항목을 추가, 이 방식으로 아파트를 지을 경우 10% 이내에서 용적률 인센티브를 줄 방침이다. 그러나 가변형 주택으로 지으면 기준건축비가 3~5% 늘어 분양가도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 이건기 신주택정책기획단장은 “현재 아파트는 사정이 있어도 구조를 바꾸기가 어려워 20~30년마다 재건축을 추진한다”며 “가변형 주택이 보급되면 건물 수명이 다할 때까지 사용이 가능해 재건축을 반복해온 주택정책의 패러다임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국내 주택의 평균 수명은 단독주택이 32.1년, 아파트 22.6년, 연립주택이 18.7년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들 건물의 재건축 사유는 구조적으로 연한이 다 되어서가 아니라 대부분 주거환경이 나쁘거나 미관이 불량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강갑생 기자

◆라멘 구조=기둥과 보(기둥 사이를 잇는 구조물)로만 건물을 지탱하고 벽은 조립식 벽돌이나 석고보드 등의 자재를 사용한다. 종전의 아파트는 기둥은 물론 벽까지 건물을 떠받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벽을 허물면 건물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다. 반면 라멘 구조는 벽을 허물거나 바꾸기 쉽고 안전에도 별 영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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