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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G2 회담장의 ‘북한 급변사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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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앞서 오바마 대통령이 일본에서 ‘신아시아 정책’을 발표하면서 “중국의 부상을 환영하고, 중국을 봉쇄(contain)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탓에 미국 보수파들은 이번 회담의 의미를 깎아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미·중 정상회담은 ‘차이메리카(차이나+아메리카)’로 불리는 양국이 ‘주요 2개국(G2) 시대’의 출범을 알리는 상징적 무대 역할을 톡톡히 했다. 비핵화·지구온난화·경제위기 등 전 지구적 문제들을 양국이 포괄적으로 논의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이슈를 쥐락펴락하는 양대 강대국의 정상회담을 한반도의 시각으로 지켜보면서 줄곧 머릿속에 맴돈 화두는 북한이었다. 눈앞의 현안인 비핵화와 6자회담 재개 여부뿐 아니라 가까운 미래에 있을지도 모를 북한 급변사태에 미·중이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는 한반도의 운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난달 13∼14일 베이징에서 열린 양국 싱크탱크의 비공개 회의는 두고두고 곱씹어볼 만하다. 당시 중국 국가안전부(정보기구) 산하에 설치된 현대국제관계연구원(CICIR)은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대표단과 만나 북한 급변사태를 사상 처음 테이블에 올렸다(본지 10월 23일자 14면).

공교롭게도 그 직후 한국과 미국이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한 ‘작전계획 5029’를 완성했다는 사실이 공개돼 북한이 심한 거부반응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동안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언급조차 극도로 기피했던 중국 측이 오바마 방중을 앞두고 전문가 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 대상에 올린 것 자체가 깜짝 놀랄 사건이었다. 중국의 이런 미묘한 태도 변화는 앞서 8월 초 중국과 국경을 맞댄 미얀마에서 부분 내전으로 3만여 명의 난민이 발생한 ‘8·8 코강 난민 사건’이 영향을 줬을 수도 있다. 북한 급변사태가 어느 시점에 갑자기 현실화될지 모른다는 가능성을 중국이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기 때문이다. 공개된 발언을 빼고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미래에 대해 어떤 내밀한 발언들이 오갔을까. 한반도의 최대 이해당사자인 한국으로서는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다. 베를린 장벽 붕괴 20주년 즈음, 한반도 주변에서는 그동안 ‘천기(天機)’와도 같았던 북한 급변사태 논의가 서서히 베일을 벗고 있다.

장세정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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