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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아닌 금융 부국 바레인 개방 경제 시스템이 자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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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페르시아만 한가운데 있는 섬나라 바레인은 한국과 닮은 점이 많다. 중동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서쪽에, 이란을 동쪽에 두고 있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 낀 한국과 비슷하다. 산유국이긴 하지만 주변국보다 매장량이 빈약해 천연자원보다는 인적 자원에 기대 경제성장을 이룬 점도 같다. 최근 방한한 셰이크 모하메드 빈 에사 알 칼리파(사진) 바레인 경제개발위원회 위원장(장관급)은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석유에만 의존할 수 없는 처지라는 걸 일찍이 깨달아 40년 전부터 석유 이외의 산업을 키우고, 한국처럼 사람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현재 바레인의 대표 산업은 석유 산업이 아닌 금융업이다. 바레인에는 400여 개 외국계 금융회사가 들어와 있다. 지난해 금융 관련 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한 비중은 27%로 전 산업 중 가장 높았다. 석유와 가스 산업은 13%(3위)였다.

“바레인에서 서쪽으로 160㎞ 지점(사우디아라비아)에 세계 최대의 유전이 있고, 동쪽으로 160㎞(이란)엔 세계 최대의 천연가스전이 있다. 그 사이에 있는 바레인만 아무것도 없다. 10~15년 후엔 에너지를 수입해야 할 판이다. 그래서 사람 자원을 키웠다.”

바레인은 산업 다각화 정책을 펴면서 중동의 선구자가 됐다. 중동에서 처음으로 공기업 민영화(2002년)와 통신산업을 개방했고(2004년),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2006년). 외국 기업이 둥지를 틀고 싶을 만큼 ‘비즈니스 프렌들리’한 여건을 만드는 데 앞장섰다. 바레인에는 법인소득세나 개인소득세가 아예 없다. 투자차익에 대한 과세도 없다. 자본이나 이윤·배당금을 본국으로 송금하는 데도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는다. 영어와 아랍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인력과 주변 자원 부국들의 오일머니를 활용해 ‘중동의 홍콩’으로 떠올랐다.

바레인은 올 초 헤리티지재단과 월스트리트 저널이 집계한 ‘자유경제’ 순위에서 중동 최상위권인 16위에 올랐다. 일본(19위)과 한국(40위)에도 앞선 순위다. 알 칼리파 위원장은 “개방된 경제 시스템이 바레인의 가장 큰 자산”이라며 “외국계든 국내든, 돈의 출처가 어디든 간에 모든 투자는 똑같이 대우한다는 게 대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아시아의 금융 허브를 꿈꾸는 한국에 조언도 했다.

“시장을 개방해 외국 기업이 진입하기 쉽게 하라. 규제와 감독은 정확하고 투명하며,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바레인에선 중앙은행이 단일 감독기관이다. 무엇보다 인재에 투자해야 한다. 성공한 금융 허브에는 좋은 금융회사가 있고, 좋은 금융회사에는 우수한 인재가 있다.”

그는 대한상의와 한국·중동협회가 11일 개최한 ‘한·중동 미래성장 전략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글=박현영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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