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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학자 변상섭씨 '김용옥 선생 그건…' 출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도올 김용옥의 불교사상을 조목조목 비판하는 책이 출간돼 이를 둘러싼 논란이 일 조짐이다.

소장 불교학자 변상섭(42.동국대 역경원 역경위원)씨는 '김용옥 선생 그건 아니올시다' (시공사 펴냄)를 통해 최근 '동양학 열풍' 을 일으키고 있는 도올을 비판하고 나선 것.

도올의 EBS 방송교재 '노자와 21세기' 와 불교관련서인 '금강경강해' 등은 국내 대형서점 베스트셀러에서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으며 그의 방송강좌는 교육방송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고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변씨는 "도올의 책과 강연을 통해 우리 문화와 사상을 되집어 보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닐텐데 도올이 잘못하고 있는 부분은 꼭 바로 잡어야겠다 싶어 책을 냈다" 고 비판 동기를 밝혔다.

그가 가장 문제를 삼고 있는 것은 도올의 화두(話頭)해설이다.

도올은 1998년 '벽암록' 에 실린 화두를 해설한 '화두, 혜능과 셰익스피어' 를 출간했다.

이에 대해 변씨는 "화두란 도저히 따져서는 안되는 것으로 자잘한 생각들을 틀어막기 위한 것인데 이를 자신의 생각대로 해설해 버리면 화두의 근본취지를 어기는 결과를 낳는다" 고 주장했다.

또 그는 "불교계에서는 화두 해설을 붙이지 않는 것이 일반적" 이라며 "도올이 벽암록을 해설하고 있는 것은 애초부터 선(禪)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 고 묻고 있다.

변씨는 도올이 펴낸 '금강경강해' 해석도 문제 삼는다.

금강경의 '즉비시명' (卽非是名)과 '시명장엄' (是名莊嚴)부분의 해석에 무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금강경 내용 중 '장엄불토자 즉비장엄 시명장엄' (莊嚴佛土者, 卽非莊嚴, 是名莊嚴)의 해석에서 도올은 "불토를 장엄하게 한다 하는 것은 장엄하게 함이 없기 때문에, 비로소 장엄하다 이름하는 것이오이다" 라고 번역하고 있지만 변씨는 "장엄한 불토라는 것은 곧 장엄하지 않으나, 장엄하다고 이름함이다" 고 해석하고 있다.

변씨는 "도올은 이 문장 중 시(是)자를 지시대명사로 보고 있지만 여기서는 '이다' 를 나타내는 존재동사" 라고 주장한다.

학계 전문가들은 "한문해석은 학자의 주장에 따라 엇갈릴 수 있는 부분이어서 논란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변씨는 도올이 주장하는 '선은 불교가 아니다' '열반이 죽음이다' 라는 부분에 대해서도 이의를 달고 있다.

'화두의 향기' '선으로의 초대' 등 불교 관련서를 전문적으로 펴내고 있는 시공사 편집부는 "변씨의 지적이 대부분 설득력을 지니고 있어 잘못돼 있는 부분을 바로 잡을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을 갖고 책을 펴냈다" 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올서원측은 "아직까지 책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검토하지 못해 뭐라 언급을 하기 어렵다" 고 말했다.

상공불교철학연구회를 이끌고 있는 저자는 한양대 영문과와 동국대 선학과 대학원에서 '유식 삼성삼무성설의 제법 및 법계관 연구' 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번역서로 '섭대승론석(攝大乘論釋)' 이 있다.

변씨는 한 때 인천 용화사의 송담스님 문하에서 출가생활을 하기도 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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