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생명의 나무 1천만그루 심기' 관리 미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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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3월부터 서울시가 '생명의 나무 1천만 그루 심기운동' 3차년도 사업에 착수한다. 올해는 총 5백8억원을 투입해 2백37만 그루의 나무를 심을 예정이다.

그러나 서울시가 도심을 푸르고 쾌적한 환경도시로 바꾸겠다는 취지로 2천2백억원이란 막대한 예산을 들이는 나무심기 운동이 '양(量)에만 급급한 전시행정' 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 식수 현황〓1천만 그루 나무심기 운동은 1998년 7월 고건(高建)서울시장의 공약에 따라 시작됐다. 2002년 6월까지 4년동안 벌이는 역점 사업이다.

지난해 말까지 잦나무.벚나무.단풍나무 등 교목(키 큰 나무)66만 그루와 철쭉.개나리 등 관목(키 작은 나무) 4백73만 그루 등 모두 5백39만 그루를 심었다. 주택가.도로 등의 짜투리 땅과 난지도.공원.산.학교 등에 나무를 심는데 시 예산의 32%인 7백억원을 썼다. 계획대로라면 2002년 서울 나무 보급률은 1명당 1그루가 되는 셈이다.

◇ 문제점〓서울 25개 구청은 다음달부터 나무를 심을 조경업자를 공개입찰한다. 문제는 실적 부담을 안고있는 구청들이 토양.생태계.미관 등을 고려하지 않고 심기에만 급급한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서대문 구청 뒤 안산(鞍山). 아카시아와 자생종인 참나무.신갈나무 등을 베어내고 은행나무.회화나무 등을 대규모로 심었다. 남산 순환로 철조망 안에도 은행나무 등 주변 경관과 어울리지 않는 기념식수를 했다는 지적이다.

또 부정의 소지도 안고 있다. 실제 지난달 구청 공무원 53명이 조경업자들로부터 10만~3백30만원의 금품을 받아 검찰에 구속되는 사건이 있었다.

담당 공무원과 조경업자가 유착해 마구잡이로 나무를 심었다는 일부 의혹이 방증된 셈. 서울시는 "지금까지 2년여 동안 심은 나무 중 96%는 잘 자라고 있다" 고 주장한다.

그러나 시가 1998년 기념 식수한 1만1천 그루의 경우 1천여(10.6%)그루는 죽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지역에 따라 고사(枯死)율이 20%에 이른 곳도 있다" 며 "활착률(活着率)을 정밀 조사해야 한다" 고 지적했다.

◇ 전문가 제언〓 '생명의 나무 심기운동' 의 자문위원 L씨는 "서울 토양은 건조하고 영양물질이 없어 이대로 가다간 1천만그루 심기운동이 실패한다" 며 "참나무.떼죽나무.당단풍.작살나무 등 서울에 맞는 수종을 잘 골라야 한다" 고 말했다.

녹색연합 서재철 생태부장은 "나무는 심기보다 가꾸는 것이 더 중요하다" 며 "예산 일부를 심은 나무를 관리하는 예산으로 활용하고 '관리책임자 실명제' 를 실시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양영유.고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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