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환경관리 비상…'리스크 평가'도입 잇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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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금융기관들이 잇따라 환경위험평가제를 도입, 환경관리를 소홀히 하는 기업에는 아예 대출해주지 않는 등 돈줄을 죄면서 국내 기업들에 환경관리 비상이 걸렸다.

19일 관계당국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리스사들은 최근 대출받은 기업이 환경오염으로 집단소송 등에 휘말리면 자칫 거액의 배상금을 물게 돼 빌려준 돈을 몽땅 떼일 수 있다며 대출심사 때 환경부분을 별도로 평가하는 시스템을 도입했거나 도입을 추진 중이다.

재무.기술.경영성과 등 기존의 3대 기업평가 기준 외에 환경리스크가 제4의 평가 잣대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 환경위험은 기업의 부채〓하나은행은 지난해 4월부터 자체 평가모델을 개발, 30억원 이상 대출 또는 투자에는 반드시 환경심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19일 현재 이 평가를 통과해 대출받은 곳은 S석유화학 한곳뿐일 정도로 엄격하다.

또 SEI에셋코리아는 펀드 설정 때 해당 기업의 환경실사를 반드시 거치도록 규정해 놓고 환경친화기업을 골라 뮤추얼펀드 투자종목 선정에 활용 중이다.

한국개발리스도 이달 말부터 국제금융공사(IFC)의 환경리스크 평가기준에 맞춘 환경심사제를 도입, 대출심사 등에 적용키로 했다.

이밖에 국민은행은 다음달 중으로 IFC.세계은행 등과 실무 협의를 거쳐 환경리스크 평가를 기업 대출심사 등에 활용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최근 환경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시장원리에 맞는 환경정책을 도입해야 하며 글로벌 경제시대에 맞게 금융기관이 스스로 기업에 제재를 가하는 자율규제정책을 시행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환경부와 공동으로 ▶환경위험 평가기법의 개발▶환경오염 배출기업에 관한 정보공개 제도화▶관련 법개정 작업 등을 통해 금융기관의 기업평가에 환경리스크를 적극 반영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 기업에 환경관리 비상〓삼성지구환경연구소 황진택(黃鎭澤)박사는 "환경적인 경쟁력, 환경효율성이 곧 기업가치로 이어지고 있다" 며 "새천년에는 환경친화기업에만 투자하는 현상이 보편화될 것" 으로 전망했다.

금융기관의 환경리스크 평가제가 확산될 경우 오염유발 업종은 자연 쇠퇴할 수밖에 없다. 결국 환경친화기업으로 변신해 생존의 길을 모색하거나 환경관리에 성공한 다른 기업에 흡수되는 등 업종간 환경관리 능력에 따른 구조조정도 활발해지게 된다.

포스코경영연구소 이병욱(李炳旭)박사는 "이제 환경문제는 기술개발 못지않은 기업경영의 최대 변수가 됐다" 며 "환경투자가 많은 업체는 상대적으로 소송비용.복구비용 등을 절약할 수 있어 수익성도 높을 것" 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댐.항만.도로 등 국가가 주도하는 대형공사에 대한 금융기관의 환경심사도 병행되기 때문에 정부로서도 건설사업 이전에 면밀한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공해의 최소점과 향후 오염가능여부를 따져 시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공회사에 대한 금융기관의 대출 및 투자가 막혀 결국 사업시행 자체가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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