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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윈도 2000 판매 금지" 조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6면

17일 전세계 공동출시를 목표로 했던 마이크로소프트(MS)의 새 운영체제 '윈도 2000' 이 중국 정부에 발목을 잡혔다.

지난달 국가보밀국(保密局)이 발표한 '계산기정보계통 국제네트워크 보밀규정' 을 이유로 강력한 암호 프로그램을 내장한 윈도 2000의 출시를 금지하고 나선 것이다.

보밀규정은 e-메일.전자상거래의 데이터 도청이나 변경을 막아주는 엔크립션(암호화)기술을 사용한 제품의 판매를 금지하는 법이다.

지난해 파룬궁(法輪功)수련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일사불란하게 의견을 규합하는 데 놀랐던 중국 정부로서는 윈도 2000이 여간 골칫거리가 아니다.

윈도 2000의 e-메일 시스템인 '아웃룩' , 인터넷 브라우저인 '익스플로러' 는 암호화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어 국가 기밀.국가 비방 정보가 돌아다녀도 차단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윈도 2000의 암호를 푸는 데는 초당 10억개의 연산처리 속도로도 지구 나이(1백20억년)의 4천5백억배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계산이 나와있다.

MS는 중국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중국내 출시를 3월말로 늦춘다고 발표했다. 중국어판 윈도 2000에 사용된 중국어를 좀더 쉬운 것으로 바꾸겠다는 게 이유였지만 일단 시간을 벌어놓고 뭔가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MS는 앞으로 중국의 국가 암호화 관리위원회와 물밑 협상을 갖거나, 아니면 법정투쟁을 벌이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암호화 관리위는 윈도 2000을 시범 케이스로 삼아 암호화 기술을 사용한 다른 외국 소프트웨어의 판매도 금지하겠다는 강경한 태도여서 MS로서는 상당히 애를 먹을 것 같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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