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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근로 참여 8명의 이웃 사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지병환(54)씨는 인제군 남면 상수내리 컨테이너에서 8년째 살고 있다. 기초생활 수급대상자인 지씨는 컨테이너 2개를 사이에 얇은 투명 플라스틱을 지붕처럼 덮어 생긴 공간을 거실처럼 사용했다. 단열이 안 되고 보일러도 없어 갑자기 추워진 요즘 찬 바람이 그대로 스며들어 견디기 어려울 정도다.

이런 지씨의 집에 14일 최경수(45)씨 등 동네 주민 8명이 찾아왔다. 이들은 우선 컨테이너를 양지 바른 곳으로 조금 옮기고, 플라스틱을 걷어낸 후 샌드위치 패널로 제대로 된 지붕을 만들었다. 또 컨테이너의 한쪽 벽을 뜯어내고 외벽을 만들었다. 외벽에는 추위를 막을 수 있도록 보온재도 붙였다. 보일러도 설치하는 등 말은 집수리이지만 새로 짓는 것이나 다름없다.

최씨 등은 인제군이 벌이고 있는 마을 및 생활환경 정비사업에 참여한 희망근로자들.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희망근로에 참여했지만 이웃이 추위에 떨게 되자 임금의 일부를 내놓았다. 10월분 임금 가운에 상품권을 제외한 현금 400만원을 모아 집수리에 필요한 자재를 구입하고 직접 공사를 시작했다. 부족한 440만여원 상당의 자재는 면사무소에서 지원했다. 그래도 모자라자 이들은 11월 분 임금 일부도 집수리에 사용할 계획이다.

이들은 이달 말 지씨 가족이 새 집에 입주할 수 있도록 토·일요일에도 일할 계획이다. 최씨 등은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가 불편한 지씨의 부인이 수술을 하면 정상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진단에 따라 집수리가 끝나면 수술비(1700만원)도 모금할 계획이다. 지씨는 “집 없는 사람이 집이 생긴 것처럼 좋다”며 “이웃의 사랑을 잊지 않고 열심히 살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들 이외에 남면 사회단체협의회는 저소득층 7가구의 겨울나기를 위해 200만원 상당의 자재를 지원하고, 육군 3005부대 윤상준 주임원사 등 10명의 장병은 나흘간 3가구의 집수리를 해줬다.

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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