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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은 감내해야 할 기회 비용” 개성 입주 기업, 조심스런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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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개성공단에 입주한 우리 기업인 다수는 북한 지역에서 외국 기업에 비해 차별대우를 받는 것에 대해 “감내해야 하는 기회비용”이라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개성공단기업협회의 이임동 사무국장은 “남북관계 불안과 개성공단이라는 지역적 특수성 때문에 우리 기업들이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비용은 북한 당국의 철저한 계산에 의해 책정된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개성은 군사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다. 더구나 우리 기업들이 누리는 관세 혜택과 물류비 절감까지 고려하면 북한의 다른 지역에 입주한 외국 기업보다 더 많은 요구를 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옥성석 나인모드 대표(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는 “현재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들 입장에서 보면 당초 합의했던 연 5% 인상 수준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기업인에게 필요한 건 더 많은 노동력이기 때문에 북한 근로자 합숙소 건설을 서둘러 생산량을 늘릴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기업인들의 생각 기저에는 현재 개성공단 지역의 임금과 토지사용료 등이 과도한 수준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북한 노동자 월급은 현재 130달러라고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1인당 한 달에 70달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간식비와 각종 복지수당을 합하면 50달러 정도를 더 받는 셈이라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기업인은 “이 정도면 중국에서 가장 생산성이 좋은 지역의 임금과 비슷하거나 높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북한은 올여름 개성공단기업협회에 임금을 월 300달러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기업인들은 앞으로도 수년간 다른 외국 기업보다 더 높은 생산비용을 북한 지역에서 지불해야 할 상황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개성공단에 순수한 외국 기업들이 입주해서 우리 기업과 생산비용 비교가 가능해지면 이 같은 차별이 사라질 것으로 봤다. 이임동 사무국장은 “향후 북한 지역의 생산비용 수준은 현재 외국 기업들이 내는 비용과 우리 기업들이 내는 비용의 중간으로 수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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