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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온스에 담긴 맛·멋·문화…

중앙일보

입력

제법 싸한 바람에 커피맛이 각별해지는 계절이다. 에스프레소 한잔에 추억 한 스푼 곁들여 입에 탁 털어넣는다. 입안을 감도는 진한 맛과 향에 추위는 간데 없다. 어느 덧 커피가 우리 사회 차 문화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어디에서나 다양한 커피를 쉽사리 만날 수 있다. 그 가운데 에스프레소등 몇몇은 너무도 친숙한 이름이 됐다. 하지만 묻는다. “에스프레소를 얼마나 아시나요?”대답할 수 있다면 ‘커피 프린스’라 할 만하다.


“아침에 한 잔을 마시면, 사무실에 갈 때까지 여운과 향취가 남아있는 것이 에스프레소 입니다.” 바리스타 강선철(43)씨의 에스프레소 예찬론이다. “에스프레소는 커피의 익스프레스(Express: 에스프레소의 영어 표기) 문화이기도 합니다. 1~2시간씩 걸리던 커피 추출 시스템을 보완하기 위해 만든 것이 에스프레소머신이고, 이탈리아에서 가장 발달한 방식이죠.”

하지만 우리나라엔 ‘에스프레소’에 대한 선입견이 존재한다. 커피가 흔치않던 시절, 카페에서 가장 많이 찾던 것이 에스프레소다. 이유인즉 제일 쌌기 때문이다. 손바닥보다 작은 컵에 한 모금 마시자 잔이 바닥을 드러낸다. 맛까지 쓰다. 결론은 “에스프레소, 더 이상 마실 수 있는 음료가 아니다”다.

에스프레소가 쓰다는 건 오해다. 커피 브랜드 일리코리아의 커피교육기관 UDC델라 코레아 이창훈(39) 팀장은 “에스프레소가 너무 쓰다고 느끼는 건 블렌딩 과정에서 쓴 맛을 내도록 만들어졌거나 추출을 잘못했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물론 25초 안에 공기를 압축해 내려지는 에스프레소가 다른 기구로 내린 커피의 향과 맛보다 진한 것은 사실이다. 진하기로 따지면 에스프레소 다음이 모카포트, 프렌치 프레스, 핸드드립 순이다. 에스프레소의 맛을 그대로 음미하기 힘들다면 설탕 5g 정도를 넣어 밸런스를 맞추면 좋다.

“재미있는 것은, 사람들이 시럽이나 생크림을 가득 넣은 달달한 커피는 잘 마시면서 에스프레소에 설탕을 넣는 것은 부끄러운 행태로 여긴다는 것이죠. 제대로 된 에스프레소는 어릴 때 설탕을 녹여 만드는 달고나 뽑기와 비슷합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맛이에요.” 이 팀장은 카페인이 설탕의 칼로리를 중화시켜 칼로리 부담도 적다고 말한다. 또 배가 부르거나 느끼하지 않고 향을 음미하며 간편하게 마실 수 있어 매력적이다.

에스프레소 한 잔을 완벽히 뽑는 과정은 거의 ‘과학’이라고 이 팀장은 말한다. “7g의 커피에 9기압, 그리고 섭씨 90도의 물을 이용해 25초 동안 1온스의 커피 원액을 뽑아내는 것이 에스프레소의 공식입니다.” 이 공식에 맞아 떨어져야 순수한 맛의 커피가 내려진다. 시간·압력·물의 양이 조금만 달라져도 과다 추출, 혹은 불완전추출이 되고 만다.

하지만 여기에도 오해가 있다. 이 공식은 일리(illy)에서 브랜드의 맛을 항상 균일하게 내기 위해 오랜 연구 끝에 만들었다는 것. 이 팀장은 공식이란 건 따지고보면 균일한 커피맛을 내는 방편이라며 쓴 맛이든 신 맛이든 내 입맛에 맞는 커피를 언제 어디서든 만들어 내기 위한 연구 끝에 나온 것이다고 말했다. 일리커피만 해도 생두의 선별과정부터 에스프레소의 추출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약 1500개 화학물질이 조화를 이뤄야 커피의 향이 결정되고 또한 13개의 물리화학적 변수가 품질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일리코리아 이선화(31) 과장은 커피 전문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실기 위주의 교육보다 커피의 이론과 원리가 더 중요합니다. 메뉴개발은 취향에 맞게 바꿀 수 있지만 원리를 배우지 않고선 커피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죠.”

“커피 한잔 마시는 데 뭐 그런 것까지…”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과정과 원리를 모르면 아무리 좋은 커피를 마셔도 커피맛의 진수를 안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닌 ‘문화’이기 때문이다.

[사진설명]“커피 전문교육은 실기보다 이론과 원리 이해가 중요하다”는 UDC델라 코레아의 이선화 과장(左)과 이창훈 팀장. 사진은 아티스트와 함께 만든 일리 커피잔 콜렉션.제프 쿤·미켈란젤로 피스토레토·마리나 아브라모빅·파드리그 티모니(왼쪽부터)

< 이세라 기자 slwitch@joongang.co.kr >

< 사진=황정옥 기자 ok78@joongang.co.kr >


UDC della Corea 유디씨델라코레아
이탈리아 커피 브랜드 일리(illy)사가 에스프레소 문화의 정착과 발전을 위해 설립한 커피대학이다. 양천구 신월동 소재. 한국어로 교육해야 하는 지역적 특성으로 인해 이탈리아의 UDC본교 외에 해외에 설립된 최초의 커피교육기관이다. 교육은 '커피엑스퍼트(Coffee expert)'와 '카푸치노 및 커피칵테일'의 두 가지 과정. 정규과정인 커피 엑스퍼트는 하루 5~6시간씩 총 4일에 걸쳐 진행된다. 12월 정규과정은 12월 15일부터 18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며 수강신청은 12월 8일까지다. 수강료는 50만원. ▶문의= 02-2606-1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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