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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크고 마른 체형 '기흉'발병 유의해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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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키가 크고 싶은 것은 누구나 바라는 욕망이다. 그러나 건강을 위해서라면 지나치게 키가 큰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깡마른 사람이라면 큰 키를 더욱 경계해야한다. 키가 크고 마른 사람에게 유독 잘 생기는 질환들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질환이 폐에 구멍이 뚫려 흉곽에 공기가 차는 기흉(氣胸). 최근 강북삼성병원과 마산삼성병원 흉부외과에서 기흉으로 수술받은 환자 수를 조사한 결과 1989년 1백56명에서 1999년 3백11명으로 2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젊은 연령층에서 기흉의 증가가 두드러졌다. 30세 이하 환자가 89년 69명에서 99년 1백78명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났기 때문.

강북삼성병원 흉부외과 오태윤교수는 "기흉은 1백80㎝이상 키가 크고 마른 남자에게 잘 생기는 질환" 이라며 "기흉의 증가는 한국인의 체형이 과거에 비해 키가 크고 마른 세장형(細將形)으로 변모되고 있기 때문" 이라고 해석했다.

키가 큰 사람에게 기흉이 잘 생기는 이유는 키가 크면 폐의 길이가 길어지므로 압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폐를 풍선에 비유할때 둥그런 풍선을 눌러 길게 늘이면 잘 터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대부분의 기흉은 잘 치료되지만 전체 기흉의 3~4%에선 공기가 많이 새어나와 폐와 심장을 누르는 이른바 긴장성 기흉을 일으켜 생명을 위협한다.

갑자기 심한 운동을 했다거나 떨어지거나 부딪쳐 생기지만 재채기를 할 때 생길 수도 있다. 증상은 가슴이 아프고 숨이 차는 것. 따라서 심장질환으로 오인받기도 한다.

오교수는 "키가 크고 마른 사람에게 갑자기 가슴이 아프고 숨이 찬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을 찾아 가슴엑스선검사를 받아야한다" 고 강조했다.

병 때문에 키가 큰 경우도 있다. 링컨대통령이 앓았다는 마판증후군이 대표적 사례다. 1만명당 1명꼴로 발생하는 마판증후군은 1백90㎝ 이상 장신에 깡마른 체격을 보이는 체격에 많으며 유전성 질환으로 분류된다. 동반된 심장기형 때문에 대부분 30세 이전에 요절한다.

뇌하수체에서 성장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되어 발생하는 거인증도 병적으로 키가 크다. 키 뿐 아니라 손과 발 등 사지의 골격도 함께 커지므로 깡마른 마판증후군과 쉽게 구분된다.

그러나 키가 큰 사람이 생존에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남성의 경우 자손을 낳는 생식력이나 사회경제적 지위에선 키가 큰 사람이 훨씬 유리하다는 것.

영국의 과학잡지 네이처는 최근 영국 리버풀대 연구진의 연구결과를 인용, 키가 큰 사람은 자식이 많고 독신으로 지낼 확률이 적으며 사회적 지위나 수입도 높은 경향이 있다고 발표했다.

키가 작을수록 오래 산다는 속설도 잘못이다. 평균수명을 좌우하는 것은 키보다 체중이다.

이종구심장클리닉 이종구박사는 "미국립보건원이 65세이상 노인 5천여명을 대상으로 5년간 추적관찰한 결과 63.9㎏ 이하의 남성, 51.2㎏ 이하의 여성은 키와 상관없이 사망율이 37~50% 증가했다" 고 말했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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