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러 그로즈니 '황무지 작전'…도시폐쇄·민간인 출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러시아는 체첸 수도 그로즈니를 오는 3월 1일까지 민간인 출입금지구역으로 선포했다. 또 체첸 1차 전쟁(1994~96년)에 이어 지난해말부터 계속된 러시아군의 공습 등으로 도시가 완전히 파괴됐기 때문에 올해안으로는 재건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더 타임스.뉴욕타임스 등 서방언론들은 러시아가 체첸역사와 독립운동의 상징과도 같은 그로즈니를 완전히 '황무지' 로 만들어 반군들의 기세를 꺾는 것은 물론 독립을 추구하는 다른 민족들에도 교훈을 주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러시아 연방군은 체첸 남부 산악지대로 숨어든 반군 게릴라들에 대한 소탕작전을 계속하고 있다. 이 지역 핵심 관문인 아르곤 계곡에 대한 공세를 강화했으며 곧 지상군을 투입, 전쟁을 마무리짓겠다는 계획이다.

◇ 그로즈니 폐쇄〓니콜라이 자이체프 그로즈니 동부담당 러시아군 사령관은 14일 "지뢰.폭탄 등의 제거를 위해 2주일간 민간인 출입을 금지하며 남아있는 주민들도 도시 밖으로 대피시키겠다" 고 밝혔다.

병자나 노약자 등 거동이 불편한 이들을 위해선 교통편도 마련해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로즈니 주민들은 "지금까지도 폭격속에서 이곳을 지켜왔다. 갈 곳도 없고 난민촌에서 죽기는 더욱 싫다" 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한편 러시아군은 그로즈니 시내에 널려있는 시신들도 치울 계획이다. 최근 연방군은 그로즈니에서 체첸 1차전 당시 숨진 러시아군의 시신 1백50구가 담긴 냉동 화물차량 4대를 발견했다.

◇ 대체 수도안〓러시아 당국은 최근 체첸 제2의 도시 구데르메스를 체첸의 새로운 수도로 정하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에 장악한 구데르메스의 피해 정도가 그로즈니보다 덜하다는 이유다.

친(親)모스크바계 체첸 대표 니콜라이 코시만은 그로즈니에 집중돼 있던 '전기.수도.교통 등'기간시설 복구에만 1백20억 루블(약 47조원)이 든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가 체첸 전체의 복구비로 생각하는 20억 루블의 6배나 된다. 따라서 제2의 수도가 낫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로즈니 복구비는 체첸의 유전개발로 스스로 충당할 수밖에 없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김정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