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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의원 ‘눈속임 외유’ 물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인천→부산(KTX), 부산항→일본 대마도(카페리), 대마도→후쿠오카(카페리), 후쿠오카→인천공항(항공편).

지난주 업무 연찬회를 위해 부산으로 떠났던 인천시의회 의원들이 몰래 일본을 다녀온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관광성 외유로 도마에 올랐던 지방의원들의 해외 출장이 눈속임 외유로까지 ‘진화’했기 때문이다. 인천시의회 산업분과위 소속 의원 6명과 사무처 직원 4명은 지난주 2박3일 일정으로 부산에서 연찬회를 하기로 했다. 220여만원의 국내 출장비도 받았다. 부산에서 다대포 해상 풍력단지, 광안리 테마파크, 부산대 솔라파크, 항만시설 등을 둘러보고 곧 있을 내년도 예산안 심의에 관한 토론회도 할 예정이었다. 당초 연찬회는 10일부터 12일까지 일정이 잡혀 있었으나 의원들은 하루 앞당겨 9일 오전 출발했다. KTX편으로 부산에 도착한 뒤 곧바로 부산항으로 이동해 배를 타고 일본 대마도로 향했다. 국내 연찬회가 해외 연찬회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연찬회에 참가한 시의원들에 따르면 대마도에 도착한 이튿날부터 해상에 풍랑이 일어 배가 출항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들은 이즈하라시의 빗물처리 시스템, 주민단체의 해양 환경활동 등을 견학하면서 3박4일을 대마도에서 보냈다. 최익현 선생 순국비, 조선통신사비 등도 둘러봤다.

12일 풍랑이 가라앉자 이들은 배편으로 후쿠오카로 갔다. 간신히 항공편을 구해 오후 10시30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시의원들은 “당초 하루만 대마도를 다녀온 뒤 부산 연찬회 일정을 진행하려 했으나 갑자기 풍랑을 만나 엉클어졌다”고 해명했다. 한 시의원은 “부산은 2년 전에도 다녀온 곳이라 소속 의원들의 참가를 독려하기 위해 대마도 일정을 추가했다”고 말했다.

대마도에 다녀오는 데 들어가는 사무처 직원들의 경비는 의원들이 부담하기로 했다고 했다. 올해 인천시의회의 직원 해외여행 경비가 바닥났기 때문이다. 4명의 수행 직원은 공무 국외여행이 불가능하자 휴가를 내고 다녀왔다. 문제가 불거지자 16일 시의원들은 시의회 사무처에 출장비 전액을 반납했다. 3박4일간 일행 10명이 지출한 경비를 의원 6명이 나눌 경우 1인당 150만원 정도 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원은 “돈만 쓰고 욕은 욕대로 먹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몰래 외유’가 알려지자 국무총리실이 상황 파악에 나섰다. 지역 시민단체들은 의원들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인천=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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