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시론

서해북방한계선 더욱 철저히 지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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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이 NLL 무효화를 포함한 ‘전면 대결 태세’를 선언한 데 이어,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남북기본합의서에 있는 “서해 해상경계선에 관한 조항들을 폐기한다”고 위협했다. 5월 27일에는 북한군 판문점 대표부가 우리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를 빌미로 “남측 5개 섬(백령도·대청도·소청도·연평도·우도)의 법적 지위와 그 주변 수역의 남한 해군 함선 및 일반 선박의 안전항해를 담보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까지 협박을 했다. 남북 간 실질적인 해상경계선인 NLL을 부정하고, 서해를 경계선이 모호한 지역으로 만들어 ‘군사 분쟁 지역’으로 고착시키려고 애를 써 온 것이다. 북한은 이처럼 비교적 손쉽게 남한에 대한 각종 군사위협을 가할 수 있는 상황을 확보한 후 이를 남남 교란이나, 대미 접촉의 지렛대로 활용해 온 것이다.

이번 서해교전은 북한 당국이 우리의 NLL 대비 태세를 역으로 활용해 군사적 긴장 상황을 조성한 또 하나의 예가 된다. 먼저 그들은 인위적으로 NLL을 넘어 남한해군을 자극해 비교적 ‘경미한’ 군사적 충돌을 초래하도록 유도했다. 북한은 이어 충돌의 책임을 남한에 전가하면서 더 큰 군사적 도발을 시위할 수 있는 명분을 찾고 있다. 서해교전에 대한 남측의 사죄와 남측 ‘주모자들’에 대한 ‘응분의 조치’를 요구한 것이 이런 범주에 속한다.

따라서 북한 당국이 어떠한 형태로든지 향후 대남 보복성 도발을 강구하고 있으리라는 점은 자명해진다. 그러나 우리 군 당국이 철저한 대비 태세를 갖춰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는 그들의 직접적인 군사 도발은 당분간 위협 수준에서 머물 가능성이 더 크다. 따라서 북한 당국은 앞으로 ‘선언적’ 군사위협과 긴장을 심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군사적 위협을 지속하면서도, 남북관계 개선과 남북대화를 강조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게 될 것이다.

지난 15일 서해 연평도 이북 북한 지역에서 포착된 지대함 미사일 발사 징후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 심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은 군사적 위협을 남한의 여론을 분열시키고, 남한 정부의 대북 태도를 완화하도록 압박하는 데 활용하고자 할 것이다. 여기에서 북한의 군사적 위협과 관련, 정부가 견지해야 할 태세는 분명해진다.

첫째, NLL은 결코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지키는 대상’ 임을 분명히 하여 북한의 ‘오판’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한계선’ 즉, 기준이 모호해지면 모든 군사적 혼란은 거기에서부터 배태된다. 북한이 NLL을 부정하고 무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군 당국의 철통같은 대비 태세가 요구되며 이를 위한 전 국민적 지원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특히 시간이 지나면서 혹시라도 우리 군의 경계 태세가 이완될 때를 또 다른 도발의 호기로 삼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했으면 한다.

둘째,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밀려 우리의 대북원칙을 함부로 완화하거나 변화시키는 ‘약한’ 모습을 보여서도 안 된다. 남북 관계에서 북한은 지금까지 주도권 장악이 필요할 때마다 군사적 위협 수단을 활용해온 전례를 명심해야 한다. 원칙의 견지만이 북한을 조금이라도 바꿔 나갈 수 있다는 흔들림 없는 강한 신념이 필요하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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