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교포 여고생 '국제수능' 만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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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만점은 상상도 못했는데 그저 얼떨떨하기만 해요. " 지난달 발표된 국제수능시험(IB)에서 뉴질랜드에선 최초로 만점을 받은 趙은지(19.영문이름 Lacey Cho)양은 기자와 e-메일 인터뷰에서 소감을 담담하게 전해왔다.

趙양은 이 성적으로 영국의 옥스퍼드대 생화학과에 합격했다.

1981년 서울에서 출생한 趙양은 서울 용강중 2년이던 95년 뉴질랜드로 이민을 떠났다. 당시 대기업의 간부로 일하던 아버지 조병관(趙秉觀.52)씨는 학내 모의고사에서 늘 수석을 차지하는 딸이 내신성적을 위해 온갖 과목을 낑낑대며 공부하는 모습이 안타까워 이민을 결정했다.

IQ가 1백49인 趙양은 한국에서 틈틈이 영어실력을 닦아 어학코스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뉴질랜드 학교에 입학했다.

처음엔 힘들었지만 이내 '발군' 의 실력을 발휘해 뉴질랜드 학생들 사이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趙양의 동생 은혜(恩慧.18)양 역시 언니만큼 두각을 나타냈다.

올해 오클랜드의 명문 사립고인 크리스틴 스쿨을 졸업한 趙양은 이곳에??줄곧 수석을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엔 2과목을 월반해 이수하기까지 했다.

趙양의 어머니 오희옥(吳姬玉.46)씨는 "어렸을 때 하도 말이 없이 책만 보기에 자폐증이 아닌가 의심한 적도 있었다" 며 "하지만 어른들도 질색하는 실험용 쥐 등을 잘 만지고 관심있어 해 과학자가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고 말했다.

趙양의 낭보가 현지 TV와 신문에 보도된 뒤 거리에 나가면 趙양에게 악수를 청하는 사람들이 생겨날 정도로 趙양은 뉴질랜드에서 유명인사가 됐다.

趙양의 취미는 독서와 음악감상. 특히 요즘은 시험준비 때문에 미뤄왔던 독서 재미에 푹 빠져 있다.

그는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으로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를 꼽았다.

"생화학 연구에 전념해 백신개발 등 면역학 분야에 뚜렷한 업적을 남기고 싶습니다." 올 9월이면 옥스퍼드대에 입학하는 趙양은 훌륭한 과학자가 되는 꿈에 부풀어 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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