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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인터넷 사업 '한 몫'에만 관심-영 이코노미스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2면

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아시아에서는 현재 인터넷붐에 편승해 주가 폭등으로 한 몫 보려는 풍토가 기승을 떨치고 있다" 고 지적했다.

이 잡지는 희박한 성공 가능성과 낮은 임금에도 불구하고 열정 하나만으로 연구에 매진하는 실리콘 밸리와 달리 높은 연봉과 주식으로 쉽게 돈벌려는 분위기가 아시아에 팽배해 있다고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홍콩의 경우 사이언스 앤드 테크놀로지 대학 졸업생 중 정보기술(IT)쪽으로 진출하는 비율이 불과 10%밖에 안된다고 지적했다.

나머지는 금융.부동산 등 손쉽게 경제부흥의 과실을 따먹을 수 있는 곳으로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국가차원에서도 엔지니어.소프트웨어 분야에 종사할 창의력있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게 됐다는 것이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이다.

벤처 캐피탈리스트 문제도 거론됐다. 절대적인 인력이 모자라 인터넷.소프트웨어 회사를 충실하게 키우기에 아직 미숙하다는 것이다. 홍콩의 경우 기껏해야 대형 은행이 벤처지원 부서를 두고 투자를 하는 정도다.

이 잡지는 또 삼성전자.에이서같은 PC하드웨어 업체는 싼 임대료.노동력을 바탕으로 탄생했지만 소비 규모가 큰 자국 시장, 풍부한 재력, 창조적 사고가 조화를 이루는 인터넷.소프트웨어 사업을 함에 있어선 차별화 전략이 구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유 기술, 서비스, 콘텐츠로 일시에 다수의 소비자를 매료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나스닥 상장을 노리는 말레이시아의 인터넷 소프트웨어 업체 비즈톤이 성공 기미가 보이자 경제사정이 좀더 나은 싱가포르로 본사를 옮겼고 나아가 조만간 미국으로 옮길 예정임을 예로 들면서 아시아 기업들 스스로 아시아가 사업을 꽃피울 장소가 아니라 일종의 교두보 역할밖에는 하지 못함을 시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긍정적인 점은 아시아가 강점을 지닌 제조업 분야가 인터넷 사업의 한 축으로 전환되어 가는 추세라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마지막으로 아시아 국가들의 정부 주도 개혁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아시아 각국이 서로 첨단기술 허브를 자처한다면 미국과 유럽을 이겨낼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향후 과제로서 말레이시아는 숙련된 프로그래머와 경영자를 키워야 하며 홍콩은 터무니없이 비싼 창업 비용을 낮춰야 한다는 제안도 했다. 또 수십억달러의 벤처타운 건설이 '인터넷 경제 부흥' 의 유일한 수단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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