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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화상품이 해외서 튀고 있다]'끼'와 '흥' 코리아 넘버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4면

우리 대중문화상품이 아시아 지역을 강타하고 있다. 영화.방송.가요.뮤지컬 등 거의 전 장르의 우리 대중문화상품이 문화적.정서적 공감대가 강한 아시아 각지, 나아가 전세계에서 각광받고 있다.

과거 순수 한국적인 것을 무기로 삼았던 사물놀이 등과는 달리 지금은 우리 고유의 문화에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을 갖춰 경쟁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21세기 문화대국' 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는 우리 대중문화상품의 해외 진출상황을 짚어 본다.

*** 가요

중국 베이징의 나이트 클럽에선 코요테의 '순정' 이나 클론의 '꿍따리 샤바라' 등 한국 댄스가요가 울려퍼지는 것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한국 가요가 세계 무대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는 사실이 피부에 다가오는 순간이다. 지금 중국에선 한국 가요를 좋아하는 중국 젊은이들의 모임도 만들어졌고 한국 가요를 틀어주는 카페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같은 한국 가요의 해외 진출은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최근 베이징에서 열렸던 H.O.T 공연은 1998년부터 음반을 내고 부지런히 시장 진출을 모색해 온 노력의 결과다. H.O.T는 98년 중국에서 정식 음반을 내놓은 뒤 지금까지 3장의 음반과 1장의 비디오 CD를 발매했고, 클론은 98년 9월 한국어 베스트 앨범을 발표하며 대만에 진출했다. 이 앨범은 지금까지 약 40만장 가량 팔렸다.

일본 무대를 공략하고 있는 SES는 98년 9월 일본 무대에 데뷔한 이래 지금까지 싱글앨범 6장, 정규앨범 1장을 발표했다.

SES는 오는 5월 말 도쿄.오사카.후쿠오카 등을 잇는 대규모 투어를 가질 계획. 일본 공연에 앞서 3월 중 한국과 일본에서 발표했던 앨범 타이틀곡 10곡을 모아 일본어 베스트 앨범을 낸다.

요즘 인기를 누리는 '스카이' 의 최진영도 일본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 한국 가요의 해외진출은 댄스가요에 국한돼 있는게 특징. 유럽.미국.일본의 음악적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으면서 국내 가수들이 춤과 노래를 동시에 소화해낸다는 점이 경쟁력의 핵심으로 꼽힌다.

그러나 이들의 해외진출로 인한 수입은 아직 기획사들이 밝히기를 꺼릴 정도로 소규모에 그치고 있다. H.O.T와 SES 소속 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 "중국엔 불법 음반이 범람하고 있는데다 음반 판매에 대한 개런티가 높지는 않다" 면서 ' "현재는 시장 확대를 겨냥한 장기적인 안목에서 홍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고 밝혔다.

이은주 기자

*** 영화

지난달 22일 도쿄의 13개 극장을 포함 일본 전국 83개 극장에서 동시 개봉한 '쉬리' (강제규 감독)는 첫회를 제외하고 전회가 매진되는 등 큰 성공을 거두었다. 같은 기간에 상영됐던 '블레어위치 프로젝트' '엔드 오브 데이즈' 등 할리우드 영화보다 더 큰 인기를 모았다.

상영극장은 전국 1백20개극장으로 늘어 10일 현재 약 40만명이 본 것으로 집계됐다. 관객들의 반응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어 '앞으로 1백70개로 상영극장 수가 늘 것으로 강제규필름 측은 내다보고 있다.

특히 도쿄의 신주쿠 밀라노(1천3백석).시부야 판테온(1천2백석) 등 1천석이 넘는 대극장들에서 매진 행렬이 계속되고 있어 고무적으로 보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1백만명 동원도 가능하다는 것이 업계 전망이며 이 경우 강제규 필름측은 50억원 이상 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지 매스컴의 취재 열기도 달아오르고 있다. NHK.후지TV.아사히 신문 등 주요 매체들이 극장에 나와 관객들의 반응을 취재하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일본의 '쉬리' 매니어들이 올린 글들로 북적인다.

쿠도우 미사라는 이름으로 글을 올린 네티즌은 "어제 두번째로 보고 왔다. 처음보다 애절함이 더 가슴에 사무쳤다. 영화 판촉물을 1만엔어치나 샀다." 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밖에도 "문화적인 충격을 받았다. 사람간의 믿음에 대해 쭉 생각하고 있다. '쉬리' 를 계기로 3월에 혼자 서울로 여행을 가려고 한다. 한글도 배우기 시작했다. " (리브) "영화를 보고 집으로 오는 길에 전차 안에서 팜플렛을 보며 울고 있으니까 옆 사람이 손수건을 건네줬다. 다음달에 한국 갈 예정이다. " (요코) "며칠째 '쉬리' 만이 머리 속에 맴돌고 있다. 영화의 배경인 제주도에 가고 싶다. " 며 한국을 찾겠다는 글들도 많았다.

이런 붐을 타고 일부 여행사에서는 일본인들을 상대로 '쉬리' 촬영지를 찾는 패키지 여행도 기획 중이어서 '쉬리' 의 부가가치는 이래저래 높아지고 있다.

이영기 기자

*** 방송

얼마전 베트남에 다녀온 회사원 A(41)씨. ' 그가 여행도중에 느꼈던 경험담 한마디는 우리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그동안 못봤던 '모래시계' 를 낯선 땅에서 볼 수 있었다니 저도 놀랐습니다. "

그가 묵던 호텔의 TV에서 만난 반가운 얼굴들. 그는 "일면식도 없는 드라마의 주인공 최민수.고현정이 그렇게 고마울 수 없었다" 고 말했다.

적어도 베트남 등 동남아를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이제 A씨같은 경험담은 흔한 일이 돼 버렸다. 한국산 드라마가 이런 나라들의 안방극장을 헤집고 다니기 때문. 덩달아 그런 드라마에 출연한 최민수.장동건.이정재.최진실 등 국내 스타들의 이름값도 높아져 이들을 CF로 내세운 상품의 판매고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TV프로그램의 수출실적을 보면 입이 딱 벌어진다. '드라마 왕국' MBC가 중국 CCTV에 '테마게임' 의 방영권을 파는 등 총 4백50만달러(약 50억원)의 수출액을 기록했고, 대만에 '초대' (현재 방영중) 등을 판 KBS와 '고스트' 등을 앞세운 SBS도 각각 3백만달러(약35억원)이상을 벌었다.

새해 들어서도 낭보가 이어져 MBC '테마게임' 40편이 중국 CCTV에 수출돼 곧 방영될 예정이다.

KBS미디어엔터프라이즈의 박인수씨는 "우리 드라마가 정치성이 배제된 사랑이야기가 주류인데다 잘 생긴 배우들이 많이 출연하며 드라마의 질적 수준이 높기 때문" 이라고 성공요인을 분석했다.

정재왈 기자

*** 연극

지금 국내 연극계가 해외시장에 가장 자신있게 내놓을 수 있는 문화상품은 PMC환퍼포먼스(대표 송승환)의 '난타' 다(해외 제목은 'COOKIN' ). 지난해 8월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에서 전회가 매진된 데 이어, 올해 초 도쿄.오사카 공연에서는 '8천엔(8만원)이라는 고가의 입장료에도 불구하고 '객석 80%를 유료관객으로 채워 한국돌풍을 일으기도 했다.

'난타' 의 성공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뉴욕(4월).대만(5월).런던(6월).에든버러 페스티벌(8월)이 확정돼 있고, 10월에는 유럽 투어나 오프 브로드웨이 장기공연이 추진되고 있다.

많은 한국 연극이 국내 관객에게조차 외면당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난타' 의 성공은 더욱 돋보인다.

그렇다면 '난타' 의 성공 '국내외적으로 작품성과 흥행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일단 언어의 장벽을 넘을 수 있는 비언어극 장르라는 점이 큰 강점이다. 하지만 보다 주요한 원인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나온 기획력에 있다.

섣불리 세계무대에 뛰어들기 보다 국제적 배급망을 갖고 있는 기획사 브로드웨이 아시아와 계약을 맺어 꾸준히 작품을 다듬고 완성도를 높여 값어치를 높였다. 조심스럽게 시장을 하나하나 개척해나가면서 세계 매스컴의 관심을 얻는 언론노출 전략도 눈여겨 볼만하다.

에든버러로 유럽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았고 도쿄 공연 전후에는 일본 언론 뿐 아니라 뉴스위크.CNN 보도를 통해 전세계인들에게 작품을 알려 상당한 효과를 보았기 때문이다.

이밖에 에이''콤(대표 윤호진)의 뮤지컬 '명성황후' 도 중국.호주.영국 공연을 추진중이고, 극단 산울림(대표 임영웅)의 '고도를 기다리며' 는 번역극 한계를 벗어나 각국에서 호평받아 문화상품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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