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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프리뷰] 세계평화미술제전 200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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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남.북한을 대표하는 화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10일 예술의전당 미술관에서 막을 올리는 '세계 평화미술제전 2000' 은 북한 당국의 공식 허가를 받아 열리는 최초의 남북 합동전이다.

그간 북한 화가들의 그림이 국내에 소개되는 일은 간간이 있었지만, 대개 외국 화랑이 중국이나 러시아 등지에서 사들인 작품이었다.

이번처럼 북한 예술가들의 공식 양성기관인 만수대 창작사에서 후원을 하기는 처음이다.

특히 인민예술가.공훈예술가 등 북한 미술의 내로라하는 대표선수들의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이 전시의 모태는 1995년 일본 도쿄에서 개최됐던 '코리언 평화미술전' . 이 전시회는 그간 도쿄의 화랑인 미술세계 주관으로 일본 전역을 돌며 총 84회의 순회전을 열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특히 96년 오사카 마이니치 신문 사옥에서 열린 전시에서는 출품된 2백여점 중 1백50점이 팔려 나가는 열기를 과시하기도 했다.

이번 행사는 세계 평화미술제전 2000 실행위원회(위원장 박보희)와 미술세계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한국미술협회(이사장 박석원)가 후원한다.

이번에 소개되는 북한 화가로는 정영만.김성민.김룡권.김춘전.김승희.정창모.리창.선우영.리경남.김성호.김성근.황병호.고영근.최창호.김동환.리성근.리철.문정웅.오영성.전석봉 등 모두 20명이 있다.

사회주의 미술의 주류를 이루는 사실주의 기법을 주로 구사하고 있다. 이번 서울전을 위해 그린 산수풍경 위주의 전통화(조선화)가 소개된다.

'금강산 련봉' 의 정영만은 만수대 창작사 조선화 단장을 지낸 작고 작가. 김일성.김정일 두 사람으로부터 '노력 영웅' 칭호를 받아 '이중 노력 영웅' 으로 불리는 인물이기도 하다. '구월산의 추(秋)' 를 선보이는 김룡권은 그의 뒤를 이어 단장 직을 맡고 있다.

김동환은 북한 미술사상 최연소 '노력 영웅' 칭호를 받은 유망주다.

이번 전시는 분단 후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남.북한 화단을 서로 비교해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남한 측 주관사인 동현아트 김동현 대표는 "가급적 정치성을 띤 작품은 배제해 순수 회화로서 북한 미술을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고 설명했다.

남한 진용도 쟁쟁하다. 이대원.권옥연.변종하.서세옥.김흥수.이두식.김창열.민경갑.하종현.황창배.박광진.이만익.이종상.이숙자.이왈종 등 현재 우리 화단의 중진.원로급이 총출동해 1백호가 넘는 대작 위주로 출품했다.

이와 더불어 전시 타이틀에 걸맞게 중국.일본.미국.브라질.아르헨티나.우루과이 등 16개국에서 70여명의 화가가 구상 계열 회화를 내놓았다. 전시 비수기에 모처럼 미술애호가들이 다양한 작품을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21일까지. 무료 입장. 02-319-0620.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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