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처리 3당 표정] 한나라 "영남 내전 어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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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선거법 통과로 우리에게 유리한 선거구도가 형성됐다. " 한나라당 이사철(李思哲)대변인의 주장이다.

1인1표제 채택으로 민주당과 자민련의 연합공천이 사실상 무산된데다 공동여당의 균열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자 한나라당 분위기는 밝아졌다.

당직자들은 "이제 최대의 승부처인 수도권(97석)과 강원지역(9석)에서 선거를 치르기가 수월해졌다" 고 입을 모은다.

불과 몇백, 몇천표 차로 승부가 갈라지는 수도권에서 공동여당이 따로 후보를 낼 경우 한나라당 후보들은 어부지리(漁父之利)를 얻을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다. 강원지역에서도 자민련이 민주당 표를 상당히 잠식할 것이라는 게 한나라당의 판단이다.

때문에 한나라당은 민주당과 자민련의 균열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시민단체 낙천.낙선운동을 '음모론' 으로 몰아가는 자민련을 은근히 밀어주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민주당에 대해선 'DJ(金大中대통령)정권의 실정(失政) 리스트' 를 만들어 집중 공격한다는 방침이다.

하순봉(河舜鳳)사무총장은 "DJ가 각종 TV프로그램 출연을 통해 민주당 홍보에 앞장서면서 선거의 중간평가적 성격을 흐리고 있는 만큼 옷 로비사건 등 각종 실정 사례를 선거 이슈로 삼을 것" 이라고 말했다.

"범야권 통합노력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 (河총장)는 계획도 갖고 있다. "군소정당이 발디딜 틈을 줄 수 있는 1인2표제가 무산된 만큼 김용환(金龍煥)의원 등이 결성한 한국신당 등과의 연대 전망도 밝아졌다" (총재 특보)는 게 한나라당 분석이다.

반면 어려워진 지역도 있다. 선거구가 많이 줄어드는 부산.경남지역에서는 한나라당 의원들간에 공천경쟁을 해야 한다.

이 지역 공천을 놓고 이회창(李會昌)총재와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의 줄다리기도 치열할 전망이다.

시민단체의 낙천대상자 명단에 오른 JP에 대한 동정론이 확산되는 충청권 의원들의 고민도 깊어간다.

河총장은 "좋은 후보를 고르는 게 최선의 방책" 이라고 잘라 말한다. 자민련을 탈당한 김칠환(金七煥.대전동갑)의원을 10일 입당시키는 까닭도 같은 맥락이라고 河총장은 덧붙였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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