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구, 미군 불법건축 시정통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지방자치단체가 미군 기지내 건축물을 '불법 건축행위' 로 적발해 철거를 촉구하고 나섰다.

서울 용산구청은 9일 미8군이 용산기지 안에 짓고 있는 지하 1층.지상 6층짜리 호텔(Dragon Hill Lodge)과 주차장(지하1층.지상 1층)을 관할 관청과 협의를 거치지 않은 불법 건축물로 규정하고 철거하라는 시정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성장현(成章鉉)구청장은 "한.미행정협정(SOFA)규정에도 없는 임의 신.증축은 명백한 불법이어서 8일자로 시정하라고 통보했다" 며 "미군이 자진 철거하지 않을 경우 행정력을 동원해 조치를 취하겠다" 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가 미군 기지내 시설물을 불법으로 규정해 시정조치를 내린 것은 처음이다.

1953년 체결된 '한국에서의 미군 지위에 관한 협정(SOFA)' 3조1항에는 '합중국(미국)은 시설과 구역 안에서 이러한 시설과 구역의 설정.운영.경호 및 관리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고 포괄적으로 규정돼 있다.

따라서 미군은 그동안 '시설물을 새로 짓거나 개축할 때 '국방부.외교통상부 등에 통보하는 형식으로 협의를 해왔다.

이에 대해 제럴드 매클록린 주한 미대사관 공보관은 "한.미행정협정은 정부간 협정이므로 SOFA 관련 사항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당국과 협의한다" 고 밝혔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이 건물을 짓기 전에 국방부.외교통상부.서울시 등과 협의를 거쳤다" 며 "미군은 군사시설물로 보는데 반해 용산구청측은 다중이 이용하는 공공건축물로 간주해 문제가 생긴 것 같다" 고 말했다.

용산구청은 건축법 제25조 '공공건축물 신.증축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장과 협의를 거쳐야 한다' 는 규정을 들어 불법이라고 규정했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된지 5년이 지난 만큼 이제부터라도 반드시 국내 건축법의 적용을 받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용산구청의 이같은 조치는 앞으로 경기도 의정부.동두천.송탄 등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지역의 다른 지자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문제가 된 건축물은 7층짜리 기존 호텔 옆에 새로 짓는 것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사에 들어가 현재 6층 골조공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주차장 시설은 이미 완공해 사용 중이다.

황성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