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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상가 정비에 주민 참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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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덕지덕지 붙은 광고전단과 길을 막은 입간판-. 잿빛도시를 더 어둡게 만드는 보도블록들-. 서울 연세대앞에서 제과점을 하고 있는 김우건(金佑建.46)씨는 이런 거리 모습들을 보며 "가게를 하는 내가 보기 민망한데 손님들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자주한다.

그는 상가쪽으로 어지럽게 뻗은 가로수도 좀 정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지만 혼자 힘으론 어쩔 수가 없었다.

서울 광진구 화양동에서 까페를 하는 崔모(44.여)씨는 최근 구청으로부터 입간판을 치우라는 권고를 받았다.

崔씨는 "다른 업소들도 다 하는데 나만 왜" 라는 불만이 생겼다고 한다. 거리가 지저분한 것은 사실이지만 누군가에 떠밀려서 나 혼자만 입간판을 치우기엔 '억울한 생각' 이 든다는 것.

이처럼 지저분하고 복잡한 거리때문에 속앓이를 해온 서울지역의 굵직한 상가 상인들이 스스로 깨끗한 거리를 만들 수 있는 길이 트였다.

8일 서울시가 올해안에 ▶이대앞 의류상가▶화양동 까페거리▶건대입구 패션거리▶북창동 음식거리▶성신여대앞 의류거?등 5곳 중 1곳을 모델케이스로 선정해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상가 정비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때문이다.

이웃 가게들과 협의해 간판이나 쇼윈도의 색상과 모양을 자율적으로 바꿀 수도 있고 거리의 가로등과 벤치.휴지통 모양도 마음에 드는 것으로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또 상인.주민들의 뜻에 따라 요일별.시간대별로 차량 통제나 주차 허용 구간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

서울시 양갑(梁甲)주택국장은 "올해 선정된 상권을 대상으로 전문가들이 새로 거리를 설계하면서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것" 이라고 밝혔다.

참여 주민들에게는 인센티브도 주어진다. 서울시는 간판 등 광고물을 정비할 경우 무이자로 3백만원까지 대출해 주고 건물 전체를 정비하면 업소당 5천만원까지 자금도 지원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내년까지 모두 15억원을 지원해 이 일을 추진하겠다는 생각이다.

연세로 정비추진위원회의 김영휘(金永輝)위원장은 "상가 정비문제를 놓고 공무원과 상인들이 다툼을 벌이는 일이 이젠 줄어들 것" 이라며 "고객들에게 보다 깨끗한 거리를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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