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정의 어린이 진료실] 유아·소아 비만 놔두면 사춘기 빨라 키 안 크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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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들이 아프지 않고 소아과를 방문할 때는 예방접종 시기와 영·유아 검진을 받을 때다. 영·유아 검진을 받으면 아기가 같은 연령 100명 중 키와 몸무게가 몇 번째인지 알 수 있다. 이때 아기가 비만이라고 말해 줘도 부모들이 별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싫어하기까지 한다. 살이 통통하면 건강할 뿐 아니라 비만이 키로 간다고 믿는다.

비만도가 20% 이상이면 비만이다. 체질량지수(BMI)로 22~27이면 과체중, 27부터 비만이다. 소아 비만은 기초질환 없이 일어나는 단순성 비만이 많아 99%를 차지한다.

영아기 비만은 대부분 한 살이 되면 정상이 된다. 하지만 아기 때 지나치게 살이 쪘으면 우유를 표준량만 먹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유아 비만은 3세께부터 관심을 가져야 한다. 소아 비만인 경우 키는 표준 이상이지만 사춘기 조기 발현으로 최종 성인 키를 손해 볼 수 있다. 남아는 음경이 작아 보이며 유방 비대처럼 보인다. 열등감·우울감·불만족 등 심인성 장애를 가질 수도 있어 부모의 적극적인 지도가 필요하다.

비만 치료는 소아와 어른이 다르다. 어른 비만은 체중을 줄여 표준체중 전후로 유지하는 것이 목표지만 어린이는 체중보다 비만도를 줄이는 것이다. 소아의 경도비만은 합병증을 일으키지 않는다. 따라서 너무 엄격하게 식사를 제한하면 신경성 식욕부진증이 돼 성장에 지장을 줄 수 있다.

소아는 어른 비만 때 쓰는 비만치료제를 쓸 수 없다. 따라서 식사요법을 중심으로 체중을 줄여나간다. 10~14세는 식사량을 제한하되(1000~1500㎉/1일) 성장에 필요한 단백질을 충분히 공급하면서 탄수화물과 지방은 제한한다. 저열량·저당질·정상지질·고단백질이 식사요법의 원칙이다. 밥이나 빵은 적게 먹이고, 채소·과일·고기·생선 등을 주로 먹도록 지도한다. 운동요법은 평일에는 하루 1시간, 주말에는 하루 2~4시간 땀 흘릴 정도로 뛰어 놀게 한다.

행동교정요법도 효과가 있다. 비만아 부모들이 서로 체중 증가를 감시하며 문제점을 토론하고, 서로 격려하거나 정서불안·열등감·소외감을 없애준다. 학교에선 비만 여부를 선생님께 알려 급식을 제한하고, 빵이나 밥을 남겨도 좋다는 허락을 받는다. 휴식시간에는 가능하면 밖에서 뛰어 놀도록 교실에 남아있지 못하도록 한다.

권소아청소년과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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