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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엄마 통수권자, 두 딸의 학부모 책임 다 한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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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호 04면

지난 6월 두 딸 말리아(뒷줄 왼쪽 둘째)·사샤와 함께 아프리카 가나를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 부부가 노예무역기지였던 케이프코스트 캐슬을 둘러보고 있다. [중앙포토]

“나는 엄마 통수권자(Mom in Chief)입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45)은 스스로를 이렇게 불러왔다. 오바마 대통령이 군 통수권자(Commander in Chief)임을 빗대 퍼스트레이디로서의 공적 역할과 엄마로서의 책임을 균형 있게 해 나겠다는 뜻을 담은 말이다. 미국 최초의 흑인 퍼스트 레이디, 미셸 여사가 이번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길에 동행하지 않았다. 이유는 “학부모이기 때문에”다. 백악관 관계자는 일본으로 향하는 기내에서 기자들에게 “미셸 여사가 초등학생인 말리아(11)·사샤(8) 두 딸을 돌보기 위해 순방에 나서지 않았다”며 “그녀가 고려하는 게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큰딸, 또 하나는 작은딸”이라고 설명했다.

오바마 동행 않은 퍼스트 레이디 미셸

프린스턴대·하버드대 법대 출신으로 변호사, 대학병원 경영책임자로 일한 미셸은 대선 전부터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부인 재클린에 비견되는 ‘스타 퍼스트레이디’로 인기를 얻었다. 남편인 오바마 대통령의 최근 지지율이 취임 초보다 20 % 이상 떨어진 55% 선에 머물고 있지만 미셸은 별 차이 없는 61%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오바마의 해외 순방 중 미셸에 대한 인기는 미국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 기여했다.
미셸 여사가 오바마의 해외 순방길에 동행하지 않은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잦은 편이었다. 이전 대통령의 부인들도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동행하지 않은 적은 있지만 드물었다.

미셸은 취임 직후인 2월 19일, 캐나다 방문부터 동행하지 않았다. 4월 1일 런던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금융정상회의를 비롯해 이어진 프랑스·체코 방문엔 동행했다. 미셸의 패션과 표정, 말 한마디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터키 방문을 앞두고 미셸은 혼자 귀국했다. 두 딸의 등교를 챙겨 줘야 한다는 이유였다. 당시 언론 보도를 보면 터키 국민은 섭섭함을 넘어 분노감까지 표현했다. 한 여성은 “나도 내 아이들이 보고 싶다. 고작 이틀 상간 아니냐. 터키로선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4월 중순 카리브해, 6월 초 중동 지역 및 독일 방문 때도 혼자 다녔다. 하지만 독일 다음 순방국인 프랑스에서 미셸은 방학을 맞은 두 딸과 함께 합류했고 오바마가 워싱턴으로 떠난 뒤에도 영국에서 ‘사적인’ 가족 휴가를 보냈다. 7월 러시아-이탈리아-가나(아프리카)로 이어진 순방길에는 미셸과 두 딸이 동행했다. 종합하면 미셸은 유럽과 아프리카 가나에서만 오바마의 순방길에 동행한 셈이다.

오바마 대통령 부부는 취임 이후 보통 학부모로서의 역할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 줬다. 학교 학부모회에도 참가하고 주말에는 아이들의 축구경기도 관람했다.

미셸은 글레머지 12월 호 인터뷰에서 “아이들은 자신들의 삶 속에 있는 인물과 스스로를 연결시키며 그들에게 의지한다. 우리가 어머니·아버지·선생님들에게 항상 아이들의 삶 속에 함께 있어 달라고 말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말리아와 사샤는 내 인생의 최우선 순위에 있다”고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혼한 편모 슬하에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가족에 대한 소중함이 남다를 것이란 시각도 있다.

미국 내에선 화려한 프로필과 능력을 자랑하는 커리어 우먼, 미셸이 퍼스트레이디가 되면 미국의 각종 주요 정책에 개입해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란 전망이 대선 전부터 나왔다. 하지만 미셸은 자신의 행동반경을 스스로 제한했다. 백악관 정원 가꾸기, 아이들과의 소통, 건강식 홍보, 군인 가족 위로 등 주로 ‘튀지 않는’ 주제에 머물렀다. 현재까지 지지율로 봐서는 미셸의 내조가 미 국민에게 먹히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일각에선 퍼스트레이디로서 좀 더 큰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분위기다.

뉴스위크는 지난달 “미셸이 퍼스트레이디로서 업적을 남기려면 자녀들의 숙제를 돌봐 주고 유기능 채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을 넘어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좀 더 큰 일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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