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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금값·증시, 동시에 오른다? A: 주식형 금 펀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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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호 26면

금을 향한 인간의 욕망은 역사를 만들었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신대륙 탐험에 나선 것은 금을 찾기 위해서였다. 스페인의 페르난도 2세는 “어떤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금을 가져오라”며 항해를 지원했다. ‘황금의 제국’ 잉카는 금 때문에 멸망했다. 제국을 정복한 프란시스코 피사로는 “나는 그들에게서 금을 빼앗아가기 위해 왔다”고 노골적으로 말했다. 미국 서부는 금광이 발견되면서 본격적으로 개발됐다. 남아프리카 요하네스버그는 금 때문에 탄생했다. 최근엔 그 욕망의 정도가 극에 달한 듯싶다. 13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금 12월물 가격은 온스당 1116.7달러를 기록했다. 사상 최고치다. 1년 전에는 온스당 740달러였다. ‘달러의 수호자’마저 금으로 돌아섰다. 최근 열린 한 콘퍼런스에 강연자로 초청된 앨런 그린스펀 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주최 측에 강연료를 금으로 달라고 요청했다.

연일 사상최고 금값 된 ‘금 투자’의 모든 것

각국 중앙은행마저 금 투자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금값이 계속 오를지,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투자하는 게 옳은 건지 판단이 잘 안 선다. 만약 투자한다면 어떤 방법으로 할 것인지도 고민거리다. 금값 전망과 금 투자 방법에 대해서 알아봤다.
 
“길게 보면 어쨌든, 언젠가 오른다”
어떤 물건의 값이 오르는 건 사려는 사람이 많은데 물건은 없어서다. 금도 그렇다. 공급이 제한돼 있다. 지금까지 인류가 채굴해 낸 금은 모두 합해야 16만3400t이다. 30평형짜리 아파트 32채에 채울 수 있는 양이다. 철이나 다른 광물에 비하면 극히 적다. 대규모 금광이 발견되지 않는 이상 공급이 늘어날 수 없다. 반면 수요는 넘친다. 인류가 캐낸 금의 20%(3만2000t)가 각국의 중앙은행 금고에 쌓여 있다. 중국·인도 중앙은행은 금 사재기에 나섰다. 인도 중앙은행은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매각한 금의 절반가량(200t)을 사들였다. 미 달러화 자산에 대한 헤지 차원에서 중국 중앙은행도 금을 매입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경제 발전으로 신흥국의 중산층 인구가 두터워지면서 귀금속용 금 소비도 증가했다. 올 9~10월 금값 랠리에는 인도인들의 ‘금 사랑’이 한몫했다. 10월 힌두교 최대 축제인 ‘디왈리 축제(빛의 축제)’를 앞두고 인도에서 금 수요가 폭증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수요 > 공급’ 외에 최근 금값 강세를 설명하는 가장 일반적인 답은 달러 약세다. 미국은 경기부양에 돈을 쏟아붓느라 막대한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달 실업률은 26년 만에 최고치다. 글로벌 경제에서 위상이 약해지면서 미 달러화는 기축통화의 지위를 위협받고 있다. 미국 달러 가치와 금값은 서로 반대로 움직인다. 달러 약세가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금값이 오르고 있다는 해석이다.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도 금값을 밀어올린다. 금은 인플레이션을 피할 수 있는 최적의 은신처다. 16세기 영국에서는 1㎏의 금으로 1년간 생활이 가능했다. 500년이 지난 지금도 1㎏(약 4000만원)으로 1년은 거뜬히 살 수 있다. 각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돈을 지나치게 풀다 보니 조만간 인플레이션이 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커지는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 금값 랠리를 이끈다. 1929년 미국 대공항, 1987년 ‘블랙 먼데이’의 주가 대폭락 때 금값이 오른 것도 그래서다. 연초보다 많이 오른 주가가 부담스럽고 경제의 앞날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에 손대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는 이유다.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와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는 서로 상충한다. 금은 둘 중 어떤 경우라도 대비책이 될 수 있다. 씨티그룹 톰 피츠패트릭 수석전략가는 “경기부양책이 효과를 발휘한다면 인플레이션 때문에, 경기부양책이 실패하면 안전자산으로서의 가치 때문에 금값은 오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나 저러나 금값은 오른다는 얘기다.

금값 상승을 점치는 대표 주자는 ‘상품 투자의 대가’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이다. 그는 줄기차게 금을 비롯한 원자재 가격의 상승을 전망했다. “10년 안에 온스당 최고 20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메릴린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금값이 18개월 안에 1500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금값 하락에 비중을 두는 의견도 있다. 물론 소수다. 이들 역시 장기적으로 보면 금값이 오른다고 본다. 그러나 당장은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이 올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투기 세력의 개입이 찜찜한 부분이다. 키움증권 전지원 연구원은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서 집계하는 금에 대한 투기적 거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이광우 수석연구원은 “현재의 금값 상승은 투기 수요 때문”이라며 “미국이 금리 인상에 나서면 달러가 강세로 돌아서 금값이 더 오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분산 투자를 권한다. 현대증권 최정원 연구원은 “어떤 자산이든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한꺼번에 돈을 몰아넣는 것은 위험하다”며 “목돈이 있더라도 수개월에 걸쳐 쪼개서 투자하는 것이 위험을 줄이는 길”이라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 서동필 연구원은 “금 투자는 어디까지나 대안 투자인 만큼 ‘올인’은 금물”이라며 “전체 자산의 15% 내외에서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환율도 고려 사항이다. 금 투자는 국제 금 가격을 기준으로 한다. 금값이 올랐더라도 그 기간 원화 가치가 더 올랐다면 사실상 손해를 보게 된다. 환 위험을 피하는 투자를 해야 한다는 얘기다.

금괴 매입, 금펀드, 금계좌…
금에 투자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진짜 금을 사는 것이다. 정모(43·회사원)씨는 2002년 국제 금값이 온스당 420달러일 때 1㎏짜리 골드바(막대 모양의 금괴)를 2개 샀다. 7년이 다 돼가는 지금까지 여전히 갖고 있다. 그는 “금은 ‘영원한’ 안전자산이라 가지고만 있어도 든든하다”며 “금값이 올랐다고 해서 곧장 팔아 수익을 챙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씨처럼 금에 투자하기는 쉽지 않다. 금을 사려면 귀금속 상가를 찾아다니며 발품을 팔아야 한다. 그렇게 해도 가짜가 아닐까 하는 의심을 떨치기 어렵다. 금을 살 때와 팔 때 가격차도 많이 벌어진다. 금 실물이 오가기 때문에 세금(부가가치세 10%)도 부담해야 한다. 무엇보다 보관에 따른 분실·도난 위험이 있다. 은행의 개인용 금고에 넣어둘 순 있지만 사용료를 내야 한다.

골드뱅킹(금계좌)은 예금통장에 돈을 넣으면 해당 금액만큼 금을 통장에 적립해주는 상품이다. 금값이 오르면 나중에 찾을 수 있는 돈이 늘어난다. 금값이 떨어지면 반대로, 찾는 돈도 적어진다. 골드뱅킹을 이용하면 소액으로도 금 실물에 투자할 수 있다. 골드바를 사자면 최소 판매 단위가 100g이기 때문에 410만원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골드뱅킹은 금 1g(4만1000원)만 있으면 된다. 세금도 붙지 않는다. 골드뱅킹을 통해 금을 사고팔아 얻은 이익은 자본이득이기 때문에 비과세 대상이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그러나 ‘투자’ 상품인 만큼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니다. 원금 손실 위험이 있다. 원-달러 환율에 따라서도 평가금액이 영향을 받는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금 펀드도 있다. 투자 대상에 따라 ‘파생형’과 ‘주식형’으로 나뉜다. 파생형 금펀드는 국제 금값에 연동되는 상장지수펀드(ETF)나 금 관련 지수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금값 움직임에 따라 수익이 결정된다. 주식형 금펀드는 금 관련 기업의 주식에 투자한다. 이 때문에 금값뿐 아니라 증시 동향에 따라서도 수익률이 좌우된다. 신영증권 오광영 연구원은 “올 들어선 금값과 증시가 동시에 강세를 보이면서 주식형 금펀드의 1년 수익률이 100% 안팎까지 치솟았다”며 “그러나 지난해엔 증시 하락으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ETF를 통해서도 금에 투자할 수 있다. 이달 초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이 ‘하이셰어골드ETF’를 출시했다. 미국·영국에서 거래되는 금 ETF를 편입한 재간접 투자상품이다. 삼성투신운용도 이르면 연내에 실물 금에 투자하는 금 ETF를 상장할 계획이다. 더 다양한 투자를 원한다면 해외 주식 거래 계좌를 열어 미국 증시에 상장된 금 ETF를 사고팔 수도 있다.

이 밖에 금값에 연동돼 수익이 결정되는 지수연동예금(ELD)이나 금값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도 금테크 상품이다. 금값이 하락해도 원금을 보장해 주는 등 안전장치를 강화했기 때문에 조정이 우려되는 투자자들에게 적합하다. 금 관련 테마 주식도 있다. IBK투자증권은 금값 상승 테마주로 LS·고려아연·케이아이씨·애강리메텍·엠케이전자·한성엘컴텍·글로웍스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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