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분수대] 중국의 소황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땅 크고 없는 게 없다(地大物博)는 나라 중국은 알다시피 인구도 세계 제일이다. 생전의 마오쩌둥(毛澤東)은 "인구가 많으면 국력도 큰 법" 이라며 그걸 몹시 자랑스러워 했다.

그가 원자폭탄을 우습게 알고 미국을 '종이호랑이' 로 조롱할 수 있었던 것도 인구대국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중국이 늘어나는 인구를 그냥 둘 수 없다며 1970년대 초 '계획생육(산아제한)' 에 들어갔다.

72년에 셋, 이듬해엔 둘로 제한하다가 82년부터는 한 가정에 아예 한명만 낳아 기르도록 했다. 그해 인구센서스를 실시했는데 건국 무렵 5억 남짓하던 인구가 10억을 훌쩍 넘어버린 데 놀란 것이다.

소수민족을 예외로 한 이 '일태화(一胎化)' 정책은 상당한 강제성을 띠고 시행됐다. 아이를 하나만 낳는 부모에겐 장려금을 주고 둘 이상을 낳으면 벌금을 매기거나 직장에서 해고하는 불이익을 안겼다.

만혼(晩婚)을 권장하고 결혼 후엔 직장과 거주지담당에게 일일이 허가를 받아 아이를 낳게 하는 통제책을 썼다. 그렇게 10여년이 지나자 인구증가율은 1%를 밑도는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중국인구가 12억을 넘어선 것은 1995년 2월 14일. 그때 당국은 이렇게 큰소리를 쳤다. "계획생육 성공으로 12억으로 가는 시간을 9년이나 늦췄다. 안그러면 중국인구는 지금쯤 14억을 넘어섰을 것이다. "

인구증가 억제에는 성공했지만 가족계획이 파생시킨 문제들도 만만치는 않다. 주범은 전통적인 가부장제에 뿌리를 둔 남아선호 사상이다. 딸을 낳으면 버리거나 살해하고 태아감별을 통한 임신중절.낙태가 성행한다.

그러다보니 사내아이와 여아간 성비(性比)불균형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하나를 넘겨 낳는 바람에 호적에 못 오르고 소위 '헤이하이즈(黑孩子)' 로 크는 아이들도 부지기수다.

일태화 정책으로 세상에 나온 '외둥이' 들은 흔히 '샤오황띠(小皇帝)' 라고 불린다. 그런데 이들의 인간형이 아주 별나다. 과보호와 맹목적인 사랑 속에서 자라 대개가 응석받이.고집불통에다 버릇이 없고 좀처럼 남을 생각할 줄 모른다.

참을성도 없고 원하는 건 부모가 다 해주니 자립심도 없다. 조금만 환경이 바뀌어도 적응을 못하고 쩔쩔매는 허약아들이 돼 있는 것이다.

중국이 이런 '한 아이' 출산제한 정책을 일부 완화, 제한적으로나마 두 자녀 출산을 허용하리라고 한다.

가임기에 들어서는 1980년대 출생 샤오황띠들을 염두에 둔 조치인 듯하다. 물론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이 거대한 산아실험의 본줄기를 바꾸겠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인구증가를 억제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 때문에 사회문제화한 부작용도 외면할 수 없는 막다른 처지에서 내린 고육책인지도 모르겠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