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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귀빈’ 먹황새 가족 30년 만에 중부전선 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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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겨울철 진객’ 먹황새가 30년 만에 중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 나타났다. 한탄강지키기운동본부 이석우(52) 지역본부장은 “경기도 연천군 중면 횡산리 태풍전망대에서 망원카메라를 통해 DMZ 임진강 생태탐사를 하던 중 먹황새 무리를 발견했다”고 13일 말했다.

먹황새는 3일과 5일 오후 각각 2마리, 7일 오후 4마리가 같은 장소에서 잇따라 나타났다. 먹황새는 발견 당시 10여㎝ 깊이의 얕은 임진강 물가를 거닐며 먹이활동을 하거나 임진강 주변을 힘차게 날아다니는 모습이 목격됐다. 먹황새 무리 주변에서는 두루미(천연기념물 제202호) 10여 마리도 함께 발견됐다.

경희대 윤무부(조류학) 명예교수는 “국제적 보호조류인 먹황새가 중북부 지역에서 발견되기는 1979년 1월 판문점 인근 경기도 파주시 대성동 자유의 마을에서 1마리가 발견된 이후 30년 만의 일”이라며 “러시아·몽골·우즈베키스탄·중국 등지의 번식지에서 월동을 위해 두루미 무리와 함께 이동해 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먹황새는 경북 안동시 도산면 강송리 절벽 바위 위에서 38년부터 68년까지 번식해 왔지만 현재는 겨울철이면 전남 함평 부근 저수지 청정지역에서 5마리 내외가 관찰되고 있다”고 말했다.

월동을 위해 30년 만에 중부전선을 찾은 먹황새가 7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중면 횡산리 비무장지대(DMZ) 내 임진강에서 먹이를 찾고 있다. [육군 28사단 제공]

먹황새는 북한에서는 ‘검은 황새’라고 부르며, 인적을 느끼거나 환경이 훼손되면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민감한 겨울 철새로 알려져 있다. 이석우 본부장은 “전국적인 습지 훼손과 개발로 인해 희귀 조류의 서식환경이 파괴되면서 먹황새의 월동지가 인적이 끊긴 비무장 지대로 옮겨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먹황새와 두루미 등 희귀 철새의 보호를 위해 중부지역 민통선 일대의 임진강 습지와 여울에 대한 체계적인 보존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탄강지키기운동본부는 학계와 함께 관할 군 부대의 협조를 얻어 먹황새와 두루미의 월동지 보존을 위한 생태조사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연천=전익진 기자

먹황새=천연기념물 제200호. 몸길이가 96cm가량인 황샛과의 조류다. 머리와 목·윗가슴과 등은 광택 있는 검은색이고 몸의 아래쪽은 백색이다. 배는 흰색, 부리와 다리 및 눈 주위는 붉은색으로 주로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월동한다. 강가나 산악의 작은 골짜기에서 서식하며, 혼자 또는 한 쌍씩 행동한다. 어류·개구리·도룡뇽 및 수서곤충을 주로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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