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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읽기 BOOK] 스포츠 중계처럼 그려낸 오바마의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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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오바마의 신화는 눈물이었다
김성수 지음, 열린책들
272쪽, 1만2000원

대통령 선거전을 중심으로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분석한 책이다. 비슷한 책이 여럿 나왔지만 생동감이란 점에서 탁월하다. 통신사의 워싱턴총국장으로 무명의 오바마가 첫 흑인 미국대통령이 되기까지 현장을 지켜본 것을 스포츠 중계하듯 그려낸 덕분이다.

오바마는 2004년 여름 보스턴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를 통해 중앙 정치무대에 등장했다. 대선본부에 흑인이 너무 없다는 비난에 직면한 당 지도부가 당시 일리노이 주 상원의원이던 그를 기조연설자로 발탁했는데 여기서 오바마는 “인종에 관계없이 미국인은 모두 하나”란 명연설로 전국구 스타로 떠올랐다. 이를 바탕으로 연방상원의원이 된 후 그는 최초의 흑인대통령이 되겠다는 ‘담대한 희망’을 품는다.

“최고 권좌를 놓고 결전을 벌인 대선 레이스는 대륙의 중원 아이오와 전투에서 시작됐다…영하 16도의 매서운 추위 속에 아이오와에는 거센 돌풍이 몰아쳤다.”

백악관 입성까지 험난한 여정을 드라마틱하게 묘사한 글은 읽는 재미가 상당하다. 여기에 로마 제국 이야기, 독특한 미 선거제도 등 읽을 거리를 녹여냈다.

오바마의 승리를 ‘검은 혁명’ ‘명예혁명’이라 부른다. 흑인이 노예로 아메리카 대륙에 발을 디딘 지 220년 만에 나온 첫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사는 BB(Before Black:흑인대통령 이전)과 AB(After Black:흑인대통령 이후)로 시대구분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그러니 오바마의 방한을 앞두고 한 번쯤 뒤적여 볼 책이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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