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두고온 아들·딸 DNA로 친자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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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남북 이산가족이 DNA(유전자를 구성하는 기본물질)검사를 통해 친자관계를 처음으로 확인했다.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이정빈(李正彬)교수는 1997년 말과 99년 초 두차례에 걸쳐 서울에 사는 崔모(90)씨가 가져온 북한의 딸과 아들의 혈흔.머리카락.혈액 등을 분석한 결과 서로 DNA가 일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세사람은 친부모와 자식관계가 확실한 것으로 밝혀졌다.

북한의 딸은 편지 속에 머리카락과 피를 묻힌 헝겊조각을, 아들은 중국으로 나와 뽑은 혈액을 제 3국 중개인 편으로 崔씨에게 보내왔다.

崔씨는 한국전쟁 때 가족과 생이별한 뒤 50년 가까이 북에 두고온 자식들을 보지 못했다.

그러다 자신의 아들.딸이라고 주장하는 두사람의 연락을 받고 DNA를 통해 친자관계 확인에 나선 것이다.

李교수는 "DNA만 있으면 부모가 죽은 뒤 2세대간의 형제 여부도 확인할 수 있다" 며 "혈액.머리카락.혀 점막 등으로도 DNA 확인이 가능하다" 고 말했다.

DNA검사를 하기 위해서는 부모가 살아있을 때 DNA를 분석.보관해둬야 한다.

李교수는 현재 사후 이산가족간에 친자관계를 확인하려는 고령의 이산가족 7명의 DNA를 확보하고 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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