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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정부땐 ‘혁신’ 꼬리표만 달면 … 현 정부선 ‘녹색’ 이름만 붙이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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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저탄소 녹색성장은 대통령의 의제다. 최상위 국가계획이기도 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녹색기술과 청정에너지로 신성장 동력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신국가 발전 패러다임”이라고 말한 일이 있다. 2010년 예산안 곳곳에서 ‘녹색’ 또는 ‘녹색성장’이란 수식어를 만나게 되는 까닭이다.

4대 강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를 ‘녹색 뉴딜’로 분류했다. 올 본예산이 8537억원이었는데 내년도 예산으로 잡힌 게 3조5000억원이다. 무려 320.7% 증가했다. 무엇보다 이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다. 여당 수뇌부인 정몽준 대표가 “4대 강 사업이야말로 녹색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길”, 안상수 원내대표가 “1석7조의 다목적·다기능 사업”이라며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밝힌 적이 있다. 반면 도로·철도 등 다른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피해’를 봤다. 도로는 올 예산보다 1조6666억원, 철도는 6873억원이 줄었다.

녹색성장의 엔진 격인 신성장 동력 사업도 22.5%로 늘어난 2조9171억원으로 책정됐다. 본예산 증가율 2.5%를 크게 상회한다. 이 중 하나인 ‘녹색금융’ 사업의 경우엔 지식경제부·환경부·금융위 등 세 곳 부처가 관련 예산을 편성했다. 이밖에 ▶그린카 수송 시스템 개발(631억→885억원) ▶그린홈 100만 호 등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산(4535억→5658억원) ▶지열 등 녹색에너지를 이용한 시설 원예농업 지원(1320억원) ▶에너지·녹색성장 외교 강화(80억→100억원) 사업 역시 녹색 계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녹색투성이’다 보니 예산통인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녹색’자 붙은 것들”이란 표현을 썼다. 그리곤 “노무현 정부 때는 ‘혁신’자가 붙으면 다 통과됐다”며 “공무원들이 머리가 좋아서 대통령이 좋아하는 단어만 쓰면 거의 (국회에서) 통과되는 것으로 알고 대충 대충하는 경우가 많다”고 우려했다.

야당의 시선은 싸늘하다. 민주당 변재일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녹색’이란 이름만 달면 기획재정부에서 통과시켜준 것 같다”고 꼬집었다. 같은 당 전병헌 의원은 “‘녹색’과 ‘4대 강’ 이 다섯 글자가 신종 실세 예산”이라고 주장했다. 자유선진당에서도 “지식경제부의 녹색성장 전체 예산 중 1.7%만 신규사업이고 나머지는 기존 사업에 녹색이란 말이 포장됐을 뿐”(김용구 의원)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이들 예산안이 국회에서 통과하는 데도 ‘녹색등’이 켜질까. 현재로선 만만치 않은 상황이란 게 여야 모두의 판단이다. 한나라당은 “국가 백년대계인 4대 강 사업을 무력화시키려는 것에는 강력히 대응한다”(장광근 사무총장)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 또한 “4대 강 예산(수자원공사분 포함 8조5333억원) 중 5조원을 삭감해 아동·노인·중소기업·교육 예산으로 돌리겠다”(박지원 정책위의장)고 벼르고 있다. 민주당의 변재일 수석부의장은 “녹색으로 위장된 사업은 전액 삭감하겠다”고 말했다.

고정애·선승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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