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상공인 은행설립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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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재일 상공인들이 일본에서 은행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자금에 여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26개 재일교포 신용조합중 상당수가 과다한 부실 대출로 어려워지면서 일본 금융당국이 통폐합 등 제재 움직임을 보이자 돈줄 확보를 위해 자구책으로 조합을 통합, 은행을 만들자는 속뜻이 담겨 있다.

재일교포 상공인 7백여명으로 구성된 '신규은행 설립추진 모임' 은 지난 29일 도쿄(東京)에서 가칭 '한일(韓日)은행' 설립준비위원회 결성대회를 열고 다음달부터 출자금을 모금한다고 밝혔다.

위원장인 도쿄한국학원 손성조(孫性祖)이사장은 구체적 계획은 밝히지 않았지만 "자본금 1천억엔 규모의 은행을 설립, 부실화된 교포 신용조합을 인수하고 교포에 대한 금융지원을 강화하겠다" 고 말했다.

준비위는 5월께 일본정부에 은행인가 신청을 제출하고 내년에 문을 열 계획이다. 이날 대회에 참석한 교토(京都) MK택시의 아오키 사다오(靑木定雄.한국명 유봉식)회장은 "신규은행에 10억엔을 출자하겠다" 고 밝혔다.

그러나 은행 설립까지는 많은 걸림돌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선 지난해 말부터 사상 처음 재일교포 신용조합에 대한 본격적인 실사에 들어간 일본 금융당국의 자세다.

일본 금융당국은 경영이 건전한 1~2곳을 중심으로 조합을 통폐합하는 방안 등 다양한 대책을 검토중인데 한국 정부를 의식, 최종처리 방안을 놓고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조합 경영주의 의견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은데다 일본의 장기 불황으로 재일교포들의 자금사정이 넉넉지 않은 점도 문제다.

그럼에도 교포에 대한 금융지원을 확대한다는 목표는 교포사회로부터 적잖은 호응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도쿄〓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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