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2차? 자신의 강점부터 분석해보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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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솔(18·건국대 수의예과 1년)씨는 고3이 되면서부터 수의예과를 목표로 공부했다. 3학년 동안 틈틈이 자신의 모의고사 점수를 놓고 배치표와 비교해가며 지원 가능한 대학을 살폈다.

대학별 모집요강을 담은 두꺼운 책자를 뒤적이며 어떤 전형들이 있는지도 연구했다. 대전에서 고교를 졸업한 정씨는 수능보다 평균 1.3등급을 받은 내신에 강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주로 학생부 성적의 반영 비율이 높은 전형들을 눈여겨봤다.


정씨는 건대 수의예과 수시 2-1차 모집에도 지원했다. 하지만 이 전형은 논술고사의 반영 비율이 60%나 됐다. 평소 논술에 자신감이 없었기에 논술고사를 치르고도 불안한 마음은 떨칠 수 없었다.

수능 시험을 치르고 집에 돌아와 채점을 마친 정씨는 잠시 좌절했다. 언어·외국어 영역은 나란히 1등급이 나왔지만 평소 2등급 정도 받던 수리 영역이 4등급으로 떨어졌기 때문. 정시 모집에 지원하면 합격 가능성이 낮아 보였다.

정씨는 수능 시험 전 미리 봐뒀던 요강 중 ‘수능우선학생부 전형’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수능 성적이 일정 기준 이상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생부를 100% 반영해 석차 순으로 합격자를 선발하는 전형이었다.

결국 정씨는 이 전형에 합격했다. “수능 점수가 생각보다 낮게 나왔지만 내게 유리한 전형을 잘 찾아 원하는 대학에 합격할 수 있었어요.”

방현우(20·서강대 자연과학부 1년)씨는 대학 1학년 재학 중 5월부터 재수를 결심한 경우다. 방씨는 중학교 때부터 수학·과학을 좋아해 두 교과 영역의 성적도 높았고 자신도 있었다. 하지만 제한된 시간 안에 정답을 내는 수능 방식의 시험에 약하다는 것이 단점이었다. 반면 비교적 충분한 시간을 주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도록 하는 논술 시험에는 강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방씨는 수능 전 연세대 수시2차 전형에도 지원해둔 상태였다. 하지만 정작 수능 시험을 치른 후 가채점해본 결과 성적이 예상보다 낮았다. 합격 안정권이 아니었다.

방씨는 서강대 수시 2-2차 모집에 지원서를 냈다. 학생부 점수와 논술 성적으로 합격자를 가리는 전형이었다. 합산 성적 상위 20% 안에 드는 학생에게는 수능 최저학력 기준도 적용되지 않았다.

방씨는 수능 시험 2주 정도 뒤에 치를 논술에 대비해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고3 교과 내용을 정리했다. 방씨는 “시간이 부족해 크게 실력을 향상시킬 수는 없지만 준비를 하는 것과 안 하는 것은 다르다”며 “자신이 배운 걸 얼마나 잘 끄집어내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방씨가 지원했던 자연과학부 수시2차 모집에는 42명 선발에 1600명 이상이 지원, 약 40:1의 경쟁률을 보였다. 하지만 방씨는 “실제 논술 시험장에서 답을 다 쓰지 못하고 나오는 학생들이 부지기수였다”며 “수능 이후에 원서 접수를 받다보니 너도나도 지원하는 경향이 있는 만큼 허수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경쟁률에 흔들리기보다 소신껏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방씨는 논술·학생부 성적 우수자로 합격을 거머쥐었다. 수리 논술에 대한 자신감이 적중했던 것. “수능 후 딱 하루만 실컷 놀고 남은 입시 기간 끝까지 최선을 다하길 바라요.”

글=최은혜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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