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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 먹구름 걷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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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미국발 외풍에 두달여간 짓눌렸던 국내 증시가 다소 숨통을 트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금리정책이 '완만한' 상승 기조를 유지하는 쪽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증시가 연이틀 상승했고, 국내 증시의 종합주가지수도 930선 근처까지 반등했다. 그러나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정책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해소됐다 하더라도,미국 경기 전망 등에 대한 시각은 여전히 엇갈리고 있어 국내 증시를 반등시킬 만한 결정적인 호재가 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불안감 가시나=FRB는 3일 시장의 예측대로 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FRB는 "장기 인플레 기대심리가 잘 억제되고 있다"고 밝혀 앞으로도 공격적 금리인상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대우증권은 "미국의 금리 결정은 불확실성 해소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며 "한국 증시도 미국 증시에 연동돼 단기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푸르덴셜증권 주이환 연구위원은 "이번 결정은 과도한 성장을 억제하면서 금리를 중립적인 수준으로 끌어 올리려는 지난해 6월 이후 일관된 기조를 유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제 유가가 안정을 찾아가고 있어 물가 상승에 대한 FRB의 걱정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미 금리정책의 불확실성 해소가 국내 증시의 반등으로 이어질지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위원은 "금리보다 중요한 것은 미국 경제가 과연 안정된 성장흐름을 지속할 수 있을지 여부"라며 "6일 발표되는 미국 4월 고용지표에서 신규 고용 창출이 17만개 이상은 돼야 향후 경기를 낙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계 증권사의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종합주가지수가 앞으로 1~2개월간은 950선에 머물겠지만 미국의 물가 상승 부담이 완화되면 앞으로 1년내 20%가량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UBS증권도 하반기 정보통신(IT) 경기 호전에 기대를 걸어볼만하다는 시각이다.

반면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앞으로 3~6개월내 종합주가지수가 12~13%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동원 상무는 "국제적인 수요 감소로 한국의 수출 증가율이 가파르게 떨어지면 내수 부진보다 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과민 반응 자제해야=최소한 1년 이상을 내다보며 금리 인상 여부를 다루는 미 통화당국과 달리 시장은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2월 FRB 회의를 앞두고는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압력으로 미국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면서 주가가 약세를 보였다. 그러나 FRB가 보고서를 통해 '신중한(measured) 금리인상 정책 유지'라는 문구를 내놓자 시장은 단번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반면 3월 회의 때는 FOMC의 결정이 2월과 엇비슷했으나 시장이 이를 '공격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해석하면서 세계 증시가 동반 하락했다. 이번에도 정식 발표 후에 수정 삽입된 '장기 인플레 기대심리는 잘 억제되고있다'는 문구의 해석을 놓고 미국 증시가 크게 출렁거렸다.

현대증권 김지환 팀장은 "미국 인플레 및 경기 침체에 대한 의견이 여전히 엇갈리곤 있지만 금융당국의 금리 인상 기조가 확인된 만큼 지나치게 일희일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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