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끔찍한 TV만화영화 여과없이 마구 방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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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일곱살, 다섯살 된 아이를 키우는 주부다.

며칠 전 아이들과 함께 KBS에서 새로 방영하는 '명탐정 코난' 이라는 만화를 봤다.

주인공 코난이란 소년이 타살로 알려진 살인사건을 자살로 밝혀낸다는 내용이다.

우선 어린이 만화에 자살이니 타살이니 하는 말이 나오는 것 자체가 거북스러웠다.

게다가 그 내용은 더 끔찍했다.

죽은 사람은 칼의 손잡이 부분을 얼음으로 얼려 방 바닥에 고정시킨후 높은 곳에서 뒤로 떨어져 칼에 찔려 죽는다.

시간이 지나 얼음이 녹으면 누가 등뒤에서 칼을 찌른 것처럼 보여 타살이 된다는 각본이다.

자살동기는 짝사랑하는 여인이 자신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는다는 것. 3류 미스터리 멜러물인지, 어린이들을 위한 만화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다음날 내용도 비슷했다.

딸과 아버지의 대화로 시작됐는데 딸이 "아빠 때문에 속상해 죽겠어요. 청소하는데 왜 안도와주는 거야" 라고 말하는 것이다.

딸의 버릇없는 말에 아빠는 야단을 치기는커녕 기가 죽어 딴청만 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아이들과 만화를 보는 내 얼굴이 화끈거렸다.

흥미가 없는 방송은 사람들이 보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국민으로부터 시청료를 받는 공영방송 KBS가 이런 방송을 내보내는 것은 심했다고 본다.

어린이 프로에서도 좀 더 세심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경옥 <경기도 고양시 장항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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